통계학 전공에서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 자이언트웍스 이광훈 대표
 
자이언트웍스의 이광훈 대표는 통계학과를 전공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려고 보니 평범한 직장인보다는 좀 더 재밌는 일을 하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그림에 남다른 소질이 있던 터라 졸업 후, 컴퓨터 그래픽을 배우러 학원에 갔다가 인테리어 디자인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대학원을 진학하며 현재까지 자이언트웍스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상업 공간 작업을 가장 즐거워한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만든 공간에서 웃고 떠들며 편하게 즐기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 상업 공간은 트렌드에 민감하다. 같은 업종의 가게이지만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홍대를 떠나지 못한다. 젊은 이들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지금도 이광훈 대표는 홍대 현장 어딘가를 누비며 부지런히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Q. 상업공간 위주로 작업하는데 주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A. 주로 외식 상업 공간을 한다. 하지만 주거든, 교육 공간이든 모두 다 한다.(웃음) 업종에 따라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보통 마감자재 같은 경우는 기성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기성품을 사용하게 되면 어디선가 봤던 자재들이기 때문에 익숙하다. 독특한 느낌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손수 제작해 다른 상업공간과 차별화되도록 많이 노력한다.

Q. 디자인할 때 특히 고려하는 부분이 있나?

A. 아무래도 외식 상업 공간이다보니 클라이언트의 이익에 대해 고려를 안할 수 없다. 내가 디자인한 공간이 예쁘기도 해야 하지만 중요한 건 매출이 좋아야 한다. 그것이 클라이언트가 인테리어에 적지 않은 자본을 투자하는 이유이고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한다. 번화가 상권에는 무수히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자리해있다. 이곳에서 평범한 디자인은 파묻혀서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가게들과는 차별화된 인테리어로 고객의 시선을 우선 끌어야 한다. 예를 들면, 주변이 복잡하면 미니멀한 파사드로, 주변이 밋밋하다면 좀 더 아기자기한 외관으로 디자인해 고객들 눈에 띄어야 한다.
 
 
Q. 주변환경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 같다.
 
A. 다른 공간도 마찬가지지만 상업 공간은 매장이 눈에 잘 띄어야 하기 때문에 특히 더 고려한다.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어? 저 집 뭐야?’라는 말 한마디가 나와야 되기 때문이다. 디자인적으로는 적당히 앞서나가야 한다. 너무 세련되고 고급스러우면 오히려 사람들이 부담감을 느껴서 선뜻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익숙함이 고객을 편안하게 이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내가 주로 작업하는 망원동이나 연남동, 홍대 상권은 특히 그렇다.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공간은 없지만 일대에서 활동하는 일반인들을 비롯해 디자이너들, 예술가들의 감각이 국내 디자인의 트렌드를 주도한다. 내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반짝이는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Q. 아무래도 상업 공간이다보니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바도 많을 것 같다.

A. 엄청 많다.(웃음) 아무래도 자기 가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 나는 그동안 무수히 많은 가게를 오픈시켰다. 그 어떤 클라이언트가 와도 나보다 많은 오픈 경험이 있는 클라이언트는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성공하는 상업 공간에 대한 어느 정도의 감을 갖고 있다. 의뢰가 들어오면 내가 익혀온 감을 클라이언트와 공유하려고 해도 신뢰하지 못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는 내 고집만 피울 수가 없다. 예술가들은 본인의 작업이 자신의 작품이 되겠지만 우리 디자이너들은 내 작업이 결국 남의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중간지점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늘 어렵다. 이 고민은 디자이너들이 늘 안고 가야 할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Q. 돌아다니다 보면 놓치기 아까운 상권도 있을 것 같다.
 
A. 그래서 오픈한 곳이 선셋 로얄이다.(웃음) 우리는 일반인들보다 많이 봐왔기 때문에 감이 조금 있다. 근데 그런 경우가 있다. 일반인들은 잘 못 느끼지만 무조건 될 자리. 골목 자리에 한적하고 조용한 곳. 그런 자리가 간혹 있는데 막상 그 길로 사람이 잘 다니지 않으니 안 하려고 한다. 한번씩 보면 ‘이 자리다’ 싶은 자리가 있다. 그 때는 내 자본을 투자해서라도 하고 싶다. 그 중 하나가 여기, 선셋 로얄이다. 원래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자리가 너무 아까워 가게를 열게 되었다.(웃음)

 
Q. 작업할 때 영감은 어디서 얻나?
 
A. 모든 것에서 다 얻는다. 이건 나 뿐만 아니라 동종업계 분들은 모두 그럴것이다. 어딜 가든 항상 마감 상태를 보고 그 공간을 최대한 느껴본다. 영화를 보더라도, 여행을 가더라도, 혹은 밥을 먹거나, 쇼핑을 가더라도 항상 본다. 그렇게 경험하다 보면 무의식 중에 나온다. 100개 보면 하나 떠오르는 정도.
 
Q. 앞으로의 계획은?
 
A. 상업성이 결합된 형태의 주거 공간을 작업해 볼 계획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대주택, 다세대주택, 상가건물과는 달리 독특한 감각의 ‘빌라’를 작업해보고 싶다. 최근 1~2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작지만 유니크한 주거형태를 원하는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작은 주거공간이지만 건물주, 세대주, 임대인, 방문객 모두가 수익을 창출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독특한 형식의 공간을 열심히 구상 중이다.
 
고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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