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로 말하다 - I PLANNING 김영진 대표 
 
인터뷰를 시작하려고 녹음버튼을 누르니 김영진 대표가 다시 중지 버튼을 누르며 말한다. “좀 더 편하게 얘기하다 시작해요”라고. 전에도 안면이 있는 관계라 그동안의 안부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녹음 없이 대화를 진행했다. 대표 김영진이 아닌 사람 김영진과. 그녀는 자신이 진행했던 몇몇 프로젝트를 보여주며 컨셉 설명부터 인테리어에 대한 자신의 생각까지 차근차근 보여주었다.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친구를 보라고 했던 옛말처럼 아이플래닝이 주도했던 프로젝트는 어느새 김영진 대표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급하게 녹음 버튼을 눌렀다. 
 
 
Q. 유닛디자인(Unit Design)을 주로 하고 있다.
 
A. 처음엔 상업 공간 위주로 작업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닛디자인을 시작하게 됐다. 사실 처음엔 이렇게 오래까지 유닛디자인을 하고 있을지 몰랐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재밌다. 기존의 주거 공간이나 상업 공간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나는 항상 이야기한다. ‘유닛은 1cm의 마법’이라고. 조금만 공간을 달리 디자인해도 공간이 크게 변화된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캐드 작업을 직접 한다. 기본적으로 건물을 만들고 도면을 제작하려면 캐드를 놓을 수가 없다.

Q. 유닛디자인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A. 유닛디자인은 100명, 1000명이 넘는 대중을 상대로 하는 작업이다. 많은 불특정 다수를 만족시켜야 하는 작업이기에 처음에는 많이 혼나기도 하고, 많이 고민했다. 그런데 인생의 고비가 나를 더 성장시키는 발판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어렵게 일을 익히고 작업을 진행하면서 많이 배웠고 보람도 느꼈다. 유닛에서 1cm는 마법이다. 공간의 동선이 달라지고 거주자의 삶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아파트라면, 내 결정에 따라 많은 세대들의 질이 향상되기도, 떨어지기도 한다. 무거운 책임이 수반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건축주에게 제안하는 자료는 몇 장일지라도 난 만장의 생각을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Q. 불특정 다수를 만족시키는 유닛디자인을 하는데 어려움도 있을 것 같다.
 
A. 내가 원하는 디자인을 마음껏 펼치는 데는 힘든 점이 있다. 대신 그 농도를 조절해 디자인에 적절히 희석시킨다.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야 되는 것이다. 또한 모델하우스의 경우 3년 후에 입주해야 하기 때문에 그 때 다시 봤을 때 촌스러워서는 안된다. 시간을 앞서는, 혹은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는 공간이어야 한다. 상업 공간과는 달리 매일 지내야 하는 공간이기에 독특한 디자인을 하기 보다는 오래 지내도 편안하고 좋은 곳으로 기획해야 한다.

 
Q. 일찍부터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했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어렸을 때는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부모님께서 고전 소설과 영화를 많이 보여주셨다. 그 때는 영화 속 멋진 드레스나 문화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클래식한 것들에 대한 감수성과 그 문화에 대한 노스텔지아가 있다. 그러다 나이를 먹으면서 적성에 맞는 일을 찾다 보니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다. 언제부턴가 영화 속 멋진 드레스보다는 저택이나 궁전 등 구조나 디자인에 더 많은 눈길이 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다. 우연히 유닛디자인을 시작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운명적이었는지도 모른다.
 
Q. 추구하는 디자인이 있나?
 
A. 나는 항상 이야기한다. ‘감성적이 아닌 논리적인 디자인을 한다고’.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은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을 하려고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항상 ‘언제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작업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도 그동안 지켜온 주관을 되새기며 항상 성실하게 배우고 일할 것이다.

고민주 기자

저작권자 ⓒ Deco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