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지 않고 펀(Fun)한 디자이너, 윤공간 - 윤석민

윤공간(YOON SPACE)의 윤석민대표를 만나고 온 나의 느낌이다. 그의 디자인 커리어와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윤공간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는 그의 디자인 철학과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애티튜드, 살아가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때론 유쾌하고 때론 진지하게 표현되는 감성과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함으로 상상 이상의 디자인을 완성해내는 그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과감한 컬러 활용을 특색으로 하는 크리에이터(Creator)다.

이미 다수의 프로젝트를 접하고 강렬한 인상을 받은 바 있지만,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앞서 가는 디자인,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과감하고 혁신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네이밍 센스까지 그의 프로젝트를 접하는 클라이언트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충분했다. 거리와 계절을 다양한 색감으로 물들이는 윤석민 대표는 마치 그의 디자인처럼 삶 자체가 즐거움과 열정으로 가득 차 보였다. 인터뷰를 통해, 디자인 작업에 있어 프로페셔널한 모습과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호기심 많은 아이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고, 인터뷰 내내 특유의 유쾌함으로 즐거웠던 그에게서 열정과 디자이너로서의 판타지를 느낄 수 있었다.
 
 
Q. 프로젝트마다 유니크한 디자인적 감각이 묻어난다. 본인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A. 이 세상에 없는 특별한 디자인을 하고 싶다. 디자이너는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이나 자재에 있어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에만 치중하다 보면 지금 당장은 편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내가 걸어왔던 길을 뒤돌아봤을 때, 본인만의 개성과 의도가 가미되어 있지 않은 스스로의 작업에 대해 큰 만족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트렌드는 디자이너 본인이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늘 독창적이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면서 항상 ‘앞서가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나는 스스로를 뛰어넘는 새로운 디자인과 프로젝트를 위해 열심히 인생을 즐기고, 열심히 공부한다.

Q. 세련된 감성, 예술적인 영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디자인을 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는가?
 
A. 파블로 피카소의 빠르고 순간적인 스케치가 엄청난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처럼 나 또한 즉흥적 감성과 영감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곤 한다.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창의적인 생각이나 영감이 곧바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삶, 그 삶의 시간을 통한 다양한 경험에서 모든 디자인적 영감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깊은 내공과 밀도를 갖게 되고, 이는 곧 끊임없는 새로운 해석으로 이어진다. 어쩌면 나의 어린 시절 4, 5살 무렵 큰 형이 틀어주었던 LP 음악에 대한 기억이 하나의 예술적 영감으로 작용하면서 지금의 디자인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닐까?

Q. ‘님과 함께’, ‘달나라 토끼가 사는 것 처럼’, ‘알방’ 등 프로젝트에 있어 독특한 네이밍 센스가 돋보인다.
 
A. 오히려 이러한 흐름이 누구보다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이름이 꼭 화려하고 멋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이름이란 것은 어린 시절 할머니가 ‘우리 똥강아지’라고 애정을 담아 불렀던 것처럼, 어렸을 때 친구들에게 별명을 지어줬던 것처럼 친근하고 심플한 개념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고, 재미있고, 명료하고, 확실하게 타인에게 프로젝트 이름과 의미를 전달하고 싶다. 최근 끝마친 프로젝트 이름은 ‘해피댁’이다. 누군가의 집이라는 ‘댁’의 의미와 새댁을 부를 때 사용하는 ‘~댁’의 두 가지 의미를 모두 아울러 해피댁 이라고 지었다. 이렇게 중의적이면서도 재미있는 네이밍을 즐기곤 한다.

 
Q. ‘자기관리의 아이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디자이너에게 있어 자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직업이 건축가고 디자이너라면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도 디자이너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킹스맨의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명대사처럼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항상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곧 디자이너가 갖춰야 할 소양이자 클라이언트와의 신뢰관계를 돈독히 하는 첫 단추라고 생각한다.
 
Q.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왔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A.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을 ‘금사빠’라고 부른다. 나는 건축과 디자인에 있어 스스로를 ‘금사빠’이자 ‘열정이 넘치는 러버(Lover)’라고 표현하고 싶다. 처음 디자인 설계가 시작되면 그 프로젝트와 금방 사랑에 빠지고, 깊은 몰입의 과정을 거쳐 프로젝트를 완성해낸다. 그렇게 몰입과 집중을 끝낸 후에는 화끈하게 그에 대한 생각을 털어버린다. 새로운 것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해결되었을 때, 그 명쾌함, 성취감과 같다고 생각하면 쉽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모든 프로젝트가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프로젝트였다.
 
Q. 인생을 유쾌하고 즐겁게 사시는 것 같다. 본인은 어떤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가?

A. 일상 속에서 ‘너는 언제 일하니?’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큼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기 때문에 듣는 말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몰입’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한다. 책상에 10시간을 앉아 집중 못한 채 일하기보다는 짧은 시간일지라도 몰입의 힘을 발휘해 일을 처리하는 편이다. 내게는 일만큼이나 주변사람들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도 내 삶에서 중요한 파트이기 때문에 일을 하던, 놀던 제대로 몰입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진지하고 무거운 디자이너’이기 보다 잘 놀고 일 잘하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디자이너’이고 싶다.

 
Q. 사무실 곳곳에 직접 적은 듯한 글귀와 스케치가 많이 보인다.
 
A. 좋은 말귀, 생각나는 글귀가 있으면 메모해 사무실 벽에 붙여놓는다. 생각을 메모하는 오래된 습관이기도 하고, 과거의 내가 흘리듯이 생각했던 말귀가 생각보다 훌륭할 때도 있어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스케치는 여행 중에 붓펜으로 빠르게 스케치한 것들이다. 멋진 풍경을 사진으로 기억하기보다는 오롯이 눈과 손으로 담아내곤 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직접 손으로 그리다 보면 내가 오랫동안 기억하고팠던 풍경 자체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된다.
 
Q.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만큼 직면했던 어려움도 많을 것 같다. 디자이너로써 겪었던 어려운 상황은 어떤 것이 있는가?
 
A. 건축은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그 시나리오를 토대로 감독이 지휘를 하고 배우가 연기를 한다. 내가 설계를 하는 것은 곧 작가가 글을 쓰는 것과 같다. 완벽한 시나리오가 명감독과 명배우와의 조화를 이루어 성공적인 영화로 완성되듯, 나의 설계 또한 훌륭한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완벽한 결과물로 실현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파트너를 고를때 신중하게 된다. 또 다른 어려움은 바로 클라이언트 설득이다. 건축 설계는 1:1 실물을 만들어 설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클라이언트가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 디자이너로의 감각을 클라이언트에게 보여주고 설득하는 것, 신뢰를 얻는 것도 자주 직면하는 어려움이다. 그렇지만 진심을 담은 설명과 설득 덕분인지 지금까지 클라이언트의 믿음으로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그들에게 선물할 수 있었다.
 
Q. 앞으로 어떤 디자인이 하고 싶은가?

A. 오랜 시간이 흘러도 마치 어제 완성한 듯한 디자인, 언제 들어도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좋은 노래 같은 디자인을 하고 싶다. 가수 김동률의 노래는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듣고 좋아한다. 노래가 촌스럽지 않고 감각적이기 때문에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나도 언제 보아도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을 목표로 하고, 실천해 가고 있다. 나아가 ‘디자인을 더 잘해야겠다’ 라는 생각보다는 ‘어제보다 즐겁고 꽉 찬 오늘을 즐기고 싶다’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동심을 잃지 않고 철없이 살다 보면, 창의적인 디자인도 할 수 있고, 보다 젊고 건강해진다고 믿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인생을 즐기며 유쾌하게 사는 것과 프로페셔널하게 업무에 임하는 것은 결국 같다고 생각한다. 항상 새로움을 채우며 프레임을 깨는 디자인, 뻔하지 않은 디자인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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