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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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대표적인 주택가인 구의동, 골목골목에는 비슷한 시대에 함께 지어진 연와조 주택들이 즐비해 있다. 빼곡한 주택들 사이 커다란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마당은 숨 막히는 도심가의 오아시스 같은 쉼터다. Pin Coffee (핀 커피)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 주택은 구의동의 복잡한 도심 속 골목길의 정취와 감정, 오랜 세월 쌓인 이야기를 날 것으로 드러내며 골목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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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커피의 설계를 맡은 더퍼스트펭귄은 오래된 주택이 가진 고유한 것들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스튜디오는 직설적이고 명확한 형태와 이미지를 통한 표현으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장소에 얽혀있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와 모호한 감정, 나무 그늘 아래 빛의 촉감, 바람, 새소리 등 자연스럽고 감정적인 것에 집중했다. 나무 그늘과 무성한 잎 사이로 뻗어져 나오는 빛의 그림자를 모티프로 삼고 이를 발현시킬 수 있는 소재로 FRP 그레이팅을 택했다. 배수판이나 공장 바닥 등에서 사용되는 산업재인 FRP 그레이팅은 흔히 접할 수 있지만 미감적으로 인식되지 않는 소재, 치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소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핀 커피의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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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2층 내부 공간에 새롭게 구성된 벽면은 소재의 단면과 간격을 균일하게 배치해 일정한 리듬을 만들어낸다. 그리드 형태의 소재를 사용해 정확한 물성이 강조되지 않고 빛의 입자와 그림자 등 모호한 자연성의 일정한 속도와 리듬으로 공간 구성 원리를 구축했다. 외관에는 그리드를 살린 레이어를 통해 기존 건물의 벽을 완전히 가리지 않고 천장과 만나는 일정 부분을 의도적으로 드러내 구옥이 지니고 있는 스토리와 개성을 인정했다. 덧대어진 레이어는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의 인상을 자연스럽게 내부로 끌어들이고, 실내외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고유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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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의 환경에 따라 불규칙하게 변화하는 실내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가구와 에어컨 그릴, 조명 등은 그리드의 선들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공간을 더욱 심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다. 철거 과정에서 발견한 구옥의 보물같은 구조들을 표면에 드러냄으로써 자연스럽게 공간에 스며드는 과거와재의 시간이 사용자들의 경험들과 뒤섞여 저마다 다르게 각인된다. 핀을 꽂으며 시작되는 모든 여정이 그러하듯,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짙은 인상을 남긴다. 계절에 상관없이 포근한 햇볕이 나뭇잎을 타고 떨어지는 오후 두 세시, 핀 커피로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해 봄이 어떨까.

PIN COFFEE


설계. THEFIRSTPENGUIN
시공. THEFIRSTPENGUIN
위치. 서울 광진구 아차산로 413-6
면적.
대지면적 251.32m²
1층 - 86.37m²
2층 - 88.22m²
규모. 2층
마감재.
- 외부
건물 외장: FRP그래이팅, 아연 각파이프 지정색 도장
조경: 마사토 포장 (바닥), 벤치 및 수공간 미장
- 1층
바닥: 컬러 몰탈 미장
벽: 노출, 미장, 석채뿜칠
천정: 노출, FRP그레이팅
- 2층
벽: 노출, 석채뿜칠, 합판
천정: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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