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훈

예로부터 한옥에서 주변 경관을 집안으로 끌어들여 조화를 만들어내는 차경은 한국 전통 경관 기법으로서 집의 문과 창문을 액자처럼 활용해 바깥 풍경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자연과 가장 가까이에서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이곳은 차경에 더해진 한옥 특유의 고즈넉한 정취가 돋보이는 카페다. 평택의 작은 마을 사리(寺理)에 위치한 고택이었던 사리당은 동네의 상생과 농산물 홍보의 장으로써 마을의 선순환을 이끌고 싶은 한 청년 농부의 바람에서부터 시작됐다. 가족들과 함께한 수많은 추억의 공간을 나눔으로써 기억을 공유하고 오랫동안 추억하고자, 낡았지만 여전히 위풍당당한 사리당(寺利堂)을 탄생시켰다.

ⓒ임정훈

 

ⓒ임정훈

 

ⓒ임정훈

 

ⓒ임정훈

 

ⓒ임정훈

저마다의 조경 요소가 있는 사리당의 정원은 총 여섯 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대문 밖으로 푸른 고개를 내미는 소나무를 맞이하는 공간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리당의 모든 순간을 함께한 소나무 정원이다. 별채 옆으로 이어지는 농부의 정원과 마실 정원은 사리당을 운영하는 청년 농부 김준식 대표의 취향을 담아 완성됐다. 본채와 별채 사이로 펼쳐지는 숨은 정원과 길게 깔린 판석을 따라 한옥과 주변 정취를 경험할 수 있는 산책로 정원, 마지막으로 본채 앞에 위치한 물의 정원까지 다양한 녹음을 뽐내며 방문객에게 자연 속의 풍류를 즐길 수 있게 했다. 특히 고즈넉한 한옥에 앉아 중정의 미러 폰드 위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바라볼 때면 사리당이 추구하는 머무름이 이로움으로 변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임정훈

 

ⓒ임정훈

 

ⓒ임정훈

한자리에 오랜 시간 터를 잡고 있던 고택은 작은 쉼터가 되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오감만족의 휴식을 선사한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색으로 둘러싸인 사리당을 바라보면 매캐한 도시의 소음 대신 매봉산에서 들려오는 무해한 자연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세월의 흔적이 묻어도 여전히 건재한 사리당의 묵직한 공간미를 손끝으로 느끼고, 부뚜막에서 맡을 수 있었던 고소한 향미가 있는 커피, 달달한 전통 다과의 맛까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다채로운 휴식과 치유의 경험을 제공한다.

ⓒ임정훈

 

ⓒ임정훈

 

ⓒ임정훈

시선에 녹음이 진 전경이 온전히 채워지도록 공간 내부의 요소는 최대한 비워냈다. 고택의 기둥과 서까래, 주춧돌, 인방 등 한옥 고유의 구조부를 재가공하지 않고 공간 내부에 전면 노출시켰다. 설계를 맡은 리르는 무언가를 가리기 위한 부수적인 요소들을 차치함으로써 개방감 있는 실내 면적을 확보했다. 건물의 근간이 되는 기둥과 기둥 사이, 투명한 유리 외 다른 요소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탁 트인 통창 너머로 다양한 각도의 외부 전경이 자리를 채운다.

ⓒ임정훈

 

ⓒ임정훈

사람들의 시선은 약한 자극에서 강한 자극으로 흐른다. 이런 이치로 내부의 구조보다 야외 전경으로 시선을 이끌기 위해 한옥 내부에 사용된 마감재 및 가구의 전반적인 색감은 채도를 낮게 통일했다. 'ㄱ'자 한옥의 단순한 구조적인 특성을 고려한 좌석 배치는 사리당의 어느 공간에서든 자연으로부터 소외되는 곳이 없도록 하기 위한 스튜디오의 배려가 돋보인다. 시선이 모이는 곳에 조성된 수공간은 중앙의 단풍나무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밟고 지나갈 수 있도록 화산석을 이용한 도보를 깔고, 물길 밖으로 한 겹 더 둘러싼 여백을 두어 한옥 고택의 좁은 실내공간의 단점을 보완했다. 한 가족의 추억이 담긴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추억을 심어주는 장소로 변신한 사리당에 머무름으로써, 자연과 공간이 주는 힘을 통해 이로워지는 영향력을 당신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임정훈

 

ⓒ임정훈

한옥 카페_사리당


디자인. ㈜라이프이즈로맨스
시공. ㈜라이프이즈로맨스
위치. 경기도 평택시 서탄면 사리안길 38
면적. 대지: 1,700m² / 건축면적: 164m²
마감재.
- 벽체 : 수성페인트, 테라코트
- 바닥 : 원목마루, 포세린타일
- 천장 : 천연스테인
사진. 임정훈

저작권자 ⓒ Deco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