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binetto라고 불리는 공간이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작고 개인적인 공간’을 뜻하던 이곳에는 귀족들이 전리품과 소장품을 모아 두곤 했다.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들에게 자랑하듯 물건에 담긴 스토리를 펼쳐 놓던 이곳은 오늘날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연상시킨다. SUBTEXT는 이런 Cabinetto의 개념을 레스토랑에 접목, 요리를 만드는 순간부터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순간, 이를 맛보고 즐기는 순간까지 모든 경험이 스토리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고, 이는 이번 ebt grill & bar 프로젝트에 잘 반영되었다.

 

 

 

 

이번 ebt grill & bar는 Elbon the Table이 노해동 셰프와 캐주얼 다이닝으로의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프로젝트에서 SUBTEXT가 가장 중시한 것은 셰프의 철학을 공간에 녹이는 것이었다. 고객들이 찾아오고, 주문하고, 음식을 먹고 계산하고 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마치 한 사람, 한 사람을 손님으로 초대해 대접하는 요리. 이처럼 사용하는 식자재, 요리에 쏟는 정성 등을 중시하는 셰프의 고집 역시 요리에 담긴 스토리를 전달하고자 하는 공간의 철학과 맞아떨어졌다.

 

 

 

출입구에 보이는 와인잔은 셰프 개인의 수집품인 듯 전시되어 ebt grill & bar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고객은 이 중 자신이 원하는 와인잔을 선택할 수도 있다. 테이블, 부스, 룸, 바 테이블 등 이곳의 모든 공간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은유한다.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긴 다이닝 테이블에서 벗어난 원 테이블은 새로운 방식의 다이닝을 가능케 하며, 바 테이블 역시 요리의 탄생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스토리보드 역할을 한다. 뻔하지 않은 레스토랑, 공간 안에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바, ebt grill & bar를 만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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