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 지 50년이 넘은 한옥, 한산한 풍경, 어쩐지 잠시 쉬어가고 싶은 이 공간을 가지고 클라이언트가 디자인투플라이를 찾았다. 그는 ‘늦잠’이라는 이름을 들고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싶어 했다. 디자인투플라이의 브랜딩과 디자인을 거쳐 탄생한 늦잠에는 ‘느림의 미학’이 담겨 있었다. 모두가 시간에 쫓기는 요즘이다. 바쁘다. 빠르다. 쌓인 일들은 틈만 나면 재촉하는데, 이제는 쌓인 일을 처리할 틈도 잘 나지 않는다.

 

 

 

 

디자인투플라이는 그런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잠시 숨을 돌리고, 나를 돌아볼 수 있고, 스스로 “조
금은 느려도 괜찮아.” 이야기할 수 있는 쉼의 장소를 탄생시켰다. 대청마루에 앉아 있노라면, 넓은 마당을 보며 하릴없이 사색에 빠지게 된다. 회색이 켜켜이 쌓인 건물들, 화려한 네온사인을 잊고, 이 공간에서는 오로지 스스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
 

 

 

 

 

늦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침실은 아주 편안히 늦잠에 빠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온열에 신경을 써, 건식 화장실과 화장대를 옆에 두어 편리함을 더했다. 늦잠의 침실에서 숙면을 취하고 나면 그간의 피로와 피곤함이 싹 가신다. 침실과 대청마루 사이 벽은 원형으로 뚫려 있는데, 이곳은 일종의 포토스팟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침실 좌측 테라스는 야외 수공간(水空間)과 맞닿아 있다. 두꺼비 석상의 입에서 나오는 물은 잔잔하게 퍼지고, 이곳에서 손님들은 족욕을 하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거실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서까래와 대들보를 통해 1970년대 건축된 한옥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서까래와 대들보는 이질적이지 않게 현대적인 가구들 사이에 녹아들었다. 화이트와 우드의 만남은 최근의 인테리어 트렌드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정갈한 분위기를 장식한 포세린 타일은 동시에 고급스러움마저 느껴진다. 주방은 아늑한 채광으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늦잠을 완성했다. 어떤 요리를 해도 정갈하게 담아 놓으면 늦잠만이 가진 여유로움이 더해져 산뜻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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