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yma

 

한 공간, 같은 시간, 하나의 체계 속에서 사람들의 속도, 움직임, 세기가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리듬은 규칙적인 반복에 의해 인간이 느끼는 시간적인 덩어리의 연속이다. 심장의 고동, 다양한 템포의 음악, 교차하는 발자국 소리, 한여름의 매미 울음 등 우리는 주로 청각을 통해 리듬을 인식한다. 음악과 음성 언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리듬은 ‘흐름’, ‘움직임’을 뜻하는 그리스어의 ‘리트머스(Rhythmos)’에서 유래했다. ‘음악이 흘러가면서 움직인다’라는 뜻의 우리말 ‘흐름새’, ‘흐름결’로 대체한다. 음악감독 하워드 구달(Howard Goodall)은 TV 시리즈 ‘음악의 작동방식(How Music Works)’에서 인간의 리듬이 우리가 걷는 규칙성과 심장 박동을 기억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손목 안쪽 혈관에 손끝을 대면 콩콩 뛰는 맥박이 느껴진다. 사람마다 박동수와 속도가 천차만별이지만, 대개 일정한 규칙 속에서 운동이 이뤄진다. 감정에 영향을 받는 심박수가 그렇듯 음악 역시 곡에 따라 빠르기와 강세가 다르며, 다양한 변주가 나타난다. 자연과 사람,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박에는 규칙 박, 불규칙 박, 센 박, 여린 박, 빠른 박, 느린 박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음악은 이 모든 성질을 골고루 조합해 리듬을 만든다.

Ⓒ Tom Fereday

 

Ⓒ Muller Van Severen

해안가의 파도 소리, 무거운 장맛비 소리, 새소리, 음성 등 모든 시간 안에서 존재하고 움직이는 것, 특히 소리를 유발하는 것들은 반드시 리듬을 갖는다. 우리의 일상 역시 자유롭지만 일정한 규칙, 즉 리듬에 맞춰 흐른다. 예로부터 리듬이란 ‘운동의 질서’, ‘시간의 새김’ 등 시대마다 다양한 정의로서 인식되어 왔다. 음악에서는 음의 장단(長短), 높낮이, 셈여림(強弱), 음질(音質) 등으로 다양한 리듬이 탄생한다. 그러나 리듬 그 자체를 이것만으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리듬이란 운동과 질서 사이의 관련성이다. 운동·시간·공간에 관계하며 움직임에 있어서 동작과 동작 상호 간의 균형에서 발현되는 만족스러운 질서를 의미한다. 리듬의 본질은 발생(Occurrence)으로부터 시작한다. 또 리듬으로 의식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지속(Flowing)적인 현상이 나타나야 한다. 단순 지속에 그치지 않고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흐름(Fluence)이라 말한다. 리듬과 템포가 갖는 관계인 주기(Period)가 요구되며, 두 동작 또는 그 이상의 동작이 명확해지면서 질서를 만드는 과정을 배열(Ordered)이라 칭한다.

Ⓒ Erik Jørgensen

 

Ⓒ Muller Van Severen

 

Ⓒ Louis Poulsen

 

액션 페인팅 화가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은 1950년대 미국 추상표현주의 운동을 대표하는 작가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화가 중 하나로 마치 춤을 추듯 그림을 그리는 방법으로 주목받았다. ‘드리핑(Dripping)’은 울퉁불퉁한 캔버스에 에나멜 페인트를 던져서 떨어뜨리는 기법이다. 팔과 손목의 거칠고 섬세한 스냅, 마찰과 함께 흘러내린 물감은 작가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에서 비롯된다. 억압된 자신을 파괴하는 이 예술적 행위는 관습화된 미술 기법을 초월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 Erik Jørgensen

 

Ⓒ Heymat

 

Ⓒ Design By Them

 

Ⓒ House Doctor

 

문학에서의 리듬은 ‘운율’ 또는 ‘율격’이라는 말로 쓴다. 산문과 운문에서, 강조되거나 강조되지 않은 음절의 배열이나 그 음절들의 지속에 의해 전달되는 운동 및 운동의 감각을 말한다. 리듬은 산문에 비해 운문 속에서 쉽게 발견되기는 하지만 산문 속에서도 리듬은 존재한다. 언어의 음악성이나 의미는 홀로 고립될 수 없으며 두 요소가 하나로 되어 시 또는 문학의 경이를 이룬다. 언어학상의 리듬은 음악과 도무지 경쟁할 수 없지만 의미, 문맥, 어조 등과 결합하여 음악적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시는 고도의 조직화 성향을 갖기 마련인데 이것은 바로 운율적 언어에서 가장 명백히 나타난다.

Ⓒ SANCAL

 

Ⓒ MONOGRHAPE

 

Ⓒ Simon Legald

 

Ⓒ Design By Them

 

Ⓒ Design By Them

 

Ⓒ Design By Them

 

Ⓒ Design By Them

 

Ⓒ Design By Them

 

코로나19 정부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최소 2주에 한번 수어(手語)를 구사하는 통역사를 관찰할 수 있었다. 말 대신 몸짓과 손짓을 통해 의사를 전달하는 이 의사소통 방식은 표정과 입술의 움직임을 통해 소리 없는 리듬을 구현한다. 최근 청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공연 기술의 발전이 눈에 띈다. 몸에 착용하는 우퍼 조끼와 진동 스피커가 장착된 의자, 촉각 음정 시스템, 소리없이 조작하는 햅틱 리듬게임 등 리듬을 즐기는 마음가짐에는 모든 장벽이 없음을 증명하는 반가운 소식이다.

 

상호간의 균형에서 발현하는 만족스러운 질서,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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