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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땡볕 아래를 30분만 걸어도 기진맥진. 이른 더위가 폭염의 조짐을 보이더니 예상대로 올여름 잠 못 드는 날이 많아졌다. 2009년 재정립한 기상청의 열대야(熱帶夜, Tropical Night) 기준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25℃ 이상의 최저기온을 기록한 밤을 말한다. 최저기온이 30℃ 이상인 경우 초열대야(超熱帶夜, Super Tropical Night)로 관측한다. 뜨거운 밤은 정말 괴롭다. 끈적끈적한 등, 식지 않는 체온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일이 다반사. 숙면이 더욱 간절해진 밤, 이제 격하게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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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가 발생하는 이유는 한낮 달궈진 도시의 기온이 식지 않아서다. 한국에서는 여름 장마가 끝나갈 무렵 시작해 8월 초중순까지 열대야가 이어진다.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상승 때문에 9월 상순까지도 불볕더위가 가시질 않는다. 이맘때면 불면증으로 극심한 수면장애를 겪는 사람이 늘어난다.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을 밤낮 가동할 수 없으니 편안한 수면을 돕는 침대 교체에 눈길을 돌리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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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인은 좌식과 온돌에 충실한 생활양식을 고수했지만, 이제는 침대를 안 쓰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의 전통적인 가옥은 바닥이 가장 따뜻했기 때문에 자리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자는 ‘지붕 없는 정자’에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이면 손으로 짠 돗자리 하나 깔고 누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현대식 주택과 아파트에는 실내 냉난방 설정이 용이한 온풍기나 에어컨이 기본이다. 더 이상 침대를 안 쓸 이유가 없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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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침대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이다. 재벌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와 방송을 통해 사람들은 넓은 저택 안의 풍경을 선망하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아침을 맞고 포크와 나이프로 식사하는 장면들이 일반화되면서 서양 문물에 대해 특별한 로망이 생겼을 법도 하다. 한국 최초의 침대는 1888년 인천에 건립된 대불호텔의 11개 룸으로 알려졌지만, 고구려 고분 벽화와 경복궁 교태전의 침상으로 미뤄보건대 이미 오래전 한국인도 침대를 사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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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보통 프레임 위에 매트리스를 놓는 구조지만, 최근 숙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트 위에 까는 토퍼가 주목받고 있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상형보다 1m 이상의 높은 침대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출산과 노화 등으로 뼈가 약한 중장년층은 무릎 관절을 위해 딱딱하지만 층계가 있는 돌침대를 사용하기도 한다. 흙침대와 숯침대 등 기능이 추가된 침대는 물론, 휴대가 가능한 일명 라꾸라꾸, 접이식침대를 이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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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사이즈는 국가마다 달라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폭을 기준 삼아 싱글, 슈퍼 싱글, 더블, 트윈, 퀸, 킹으로 표기한다. 국내에서의 기준으로는 싱글 80~100cm 내외, 싱글과 더블의 사이인 슈퍼 싱글은 120cm 내외, 더블은 130cm 내외, 퀸은 140~150cm, 킹은 그 이상이다. 침대 길이의 경우 국내 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200cm를 기준으로 하나, 국가별로 75인치(191cm)부터 85인치(216cm)까지 측정하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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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떤 각도에서도 편안히 몸을 지탱해 무중력 자세를 유도하는 모션베드(Motion bed)가 각광받고 있다. 무선 리모컨으로 간단한 조작이 가능한 새로운 침대는 질 높은 수면을 중요시하는 고객들로 인해 꾸준히 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 몸의 세포는 해가 뜨면 움직이고 캄캄한 밤에 잠을 자려는 DNA를 갖고 있다. 빛을 완전히 차단하고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를 손에서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명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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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오늘의 공간,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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