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친근하다. 맥주? 편하다. 막걸리는 구수하지. 보드카의 뜨거운 맛이 그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더 근사한 분위기 아래 축하하고 기념하고자 할 때, 우리는 와인을 찾는다. 특별한 날이면 연인들은 레스토랑을 찾아 와인잔을 부딪힌다. 와인은다른 술들과 달리 우리에게 조금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와인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쩐지 까다롭고 어려운, 하이 컬쳐(High Culture)의 일부인 양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더 와인에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와인 역시 수많은 주종 중 하나일 뿐이다. 지난 몇 년 새 와인은 차츰 대중화되기 시작했고, 저렴한 가격의 와인 역시 찾아보기 어렵지 않게 되었다. 보르도 등 산지에서 수입된 것뿐 아니라, 광명동굴을 필두로 다양한 국내산 와인을 찾아보고 즐길 수 있는 곳 역시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 IXDesign과 함께 천천히 와인에 세계에 빠져들어보자. 아, 너무 깊게 빠지면 곤란하다. 헤어나오기 쉽지 않을 테니까.
 

 

 

와인은 쉽게 말해 포도로 만든 과일주다. 간혹 블루베리, 체리, 오미자, 참다래, 사과, 복분자, 오디 등으로 와인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본형은 ‘포도’다. 이 와인에 쓰이는 포도들의 품종 역시 유명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하다. 단단한 맛의 와인을 만드는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상쾌한 맛의 와인을 만들어내는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과 같은 품종이 대표적이다.

 

 

 

잘 키워낸 포도 품종을 늦여름에 수확해 발효한다. 포도는 그 스스로 이스트(천연효모)와 당분(포도당, 과당)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과일과 달리 별도의 당분(설탕)을 더할 필요가 없다. 발효 전 포도 껍질과 씨앗을 분리하면 화이트 와인, 이 모두를 함께 발효하면 레드와인이 된다. 알코올 발효가 시작되면, 효모에 의해 당분이 에틸알코올과 탄산가스로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다른 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주면, 짠. 머지 않아 와인이 탄생한다.
 

 

 

와인의 역사가 어디로부터 시작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4000년경 동유럽 일부 지역에서 와인을 음용하던 흔적이 처음 발견되었으며, 고대 그리스에 이르러서는 와인은 꽤 보편적인 문화가 되었다. 인터넷 밈 속에서 “너 때문에 흥이 다 깨져 버렸으니 책임져.”라고 말하던 디오니소스가 포도주의 신이었다는 걸 떠올려보자. 현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스는 “적당량의 와인은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고, 로마시대 학자 플로니우스는 그리스에는 91가지의 포도 품종이 자란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리스에서 로마로 이어진 와인의 전성기는, 이후 로마 제국의 멸망으로 크게 기울게 된다. 하지만 가톨릭 수도원을 통해서 소규모로 그 명맥을 이어가게 되는데, 이건 사실 필연적인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요한 복음이 기록한 예수 최초의 기적은 그가 물을 포도주로 바꾼 일이었다. 제자들과 함께했던 마지막 만찬(Last Supper)에서 포도주를 들어 올리며 예수가 한 말. “이것은 너희를 위해 흘릴 내 피의 잔이니, 너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그렇다. 예수의 시작과 끝에는 바로 이 포도주가 있었다. 이 장면은 가톨릭 미사 예식에 그대로 남아 아직까지도 행해지고 있다.

 

  

자, 와인에 대해 공부했으니 직접 마셔보는 건 어떨까. 그러나 초보자에게는 또 다른 난관이 있다. 드라이(Dry), 스윗(Sweet), 떫은(Astringent), 강한(Hard), 상쾌한(Crisp), 알싸한(Prickly), 시큼한(Tart), 깊이 있는(Deep), 향이 조화로운(Rounded) 등, 수많은 와인의 맛(Taste)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있지만, 비기너들은 어떤 맛이 어떤 맛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렵다. 그렇다면 이 와인 테이스팅 다이어리(Wine Tasting Diary)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당도, 산도,타닌 등 와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모여 있음은 물론, 와인 이름, 시음날짜, 품종, 가격, 도수, 색상, 특징 등을 기록해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와인을 기록하고, 기억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와인잔을 채울 시간이다. 평범한 플라스틱 혹은 유리 소재의 글라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예로부터 스테인리스 잔은 유럽 상류층의 식사에 빠지지 않는 것이었다. 유리잔 대신 스테인리스 글라스를 통해 오늘의 한 잔에 품격을 더해보자. 거울을 닮은 광택은 와인 한 잔을 즐기는 이 시간을 더욱 반짝이게 만들어 줄 것이다.
 

 

 

와인을 즐기기 위한 소품에는 비단 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페인의 디자인 스튜디오(DOIY)와 원더스토어가 협업해 국내에 소개한 오프너와 태그가 그렇다. 먼저 재치 있는 디자인의 오프너를 만나보자. 벌레, 그리고 디오니소스의 흉상 모양으로 디자인된 귀여운 오프너는 와인과 함께하는 파티의 깜짝 소품이 되어줄 것이다. DOIY의 와인 태그 역시 당신의 와인을,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가장 특별한 와인으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다.
 

 

 

와인을 독특하게 즐기고 싶다면, 아마 정답은 샹그리아(Sangria)일 것이다. 피(Sangre, 스페인어)와 닮은 레드 와인 베이스의 붉은 색 때문에 이름이 붙은 샹그리아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전통음료로, 레드와인에 사과, 오렌지, 레몬 등 다양한 과일과 탄산수가 더해진 일종의 칵테일이다. 주로 얼음과 함께 마시기 때문에 주로 여름 음료로 구분되지만, 꼭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음식은 아니다. 블루베리, 수박, 배 등 다양한 과일을 사용할 수 있고, 탄산수 대신 사이다를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렵다면 샹그리아 키트를 이용, 더 쉽게 샹그리아를 만들 수 있다. 준비할 건? 와인 한 병뿐이다.
 

 

 

추위가 아직 덜 가신 3월이라면, 뱅쇼(Vin Chaud)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뱅쇼 역시 레드 와인을 베이스로 만드는 음료로, 와인을 비타민이 풍부한 오렌지, 레몬 등과 함께 뭉근하게 끓여낸 것이다. 뱅쇼의 독특한 향은 와인뿐 아니라 과일과 함께 들어가는 계피, 생강이 만들어 내는데, 이는 한국의 수정과나 쌍화차를 연상케도 한다. 북유럽에서 겨울철에 흔하게 즐기는 것으로 감기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어진다. 뱅쇼 역시 다솔의 키트와 함께라면 더욱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환절기 감기 예방은 뱅쇼 한 잔으로 끝내보자.
 

 

 

와인과 충분히 사랑에 빠졌다면, 와이너리(Winery)를 직접 방문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곳이라면 더 추천할만하다. 1858년 스페인 리오하(Rioja)에 세워진 마르께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 같은 곳이 그렇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이 독특한 외관 덕분에 아주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데, 플라멩코 무희의 드레스가 물결치는 모습을 옮겨온 듯한 거대한 조형물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캐나다 출신의 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i)의 작품이다.

 

 

프랭크 게리의 디자인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숨어 있다. 그는 처음에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제안을 거절했다. 하지만 이 와이너리는 건축가에게 며칠만 머물면서 이곳의 역사와 전통을 체험해달라고 청했다. 마지막 날 밤까지 프랭크 게리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와이너리 측은 프랭크에게 생일을 물었다. 그에겐 무례한 질문으로 들렸고, 화를 냈다. 하지만 이내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그의 출생연도(1929년)에 만들어진 빈티지 와인을 선물했고 그 와인의 맛이 이 건물을 세웠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마르께스 데 리스칼의 ‘위대한’ 와인 컬렉션이다. 이 와이너리는 무려 1862년부터 현재까지 생산된 와인을 보관하는 유일한 곳이다. 프랭크 게리를 감동시킨 한 병의 와인은, 마르께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을 세계적인 와이너리로 만들었다. 완고한 건축가의 마음을 돌릴만큼 훌륭한 와인. 한 단계 더 깊은 와인을 즐기고 싶다면 스페인 리오하(Rioja)의 이 멋진 와이너리를 방문해보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IXDesign과 함께 와인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들을 만나보았다. 자, 와인을 처음 만난다고 괜히 겁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 이제 다들 느끼셨으리라. 이제 와인이 무엇인지 알았으니 화이트 와인이든, 레드 와인이든, 혹은 스파클링 와인이든 당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발견하게 될 날도 머지 않았다. 그렇다고 굳이 더 좋은 와인을 찾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사랑이란, 찾는 것이 아니다. 단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많은 와인 매니아(Mania)를 만들어 냈던 만화 <신의 물방울(神の雫)>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그렇다. 좋은 와인은 부러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좋은 와인은 이미 당신 옆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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