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점을 찾자면, 역시 체취였다. 무슨 향이라 분명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때로 그것은 오이비누의 향이었고, 때로는 섬유유연제의 향이었다. 때로는 들뜬 여름의 향이었으며, 가끔은 스프라이트의 향이었다. 어떤 향은 안국역 1번 출구 앞 맥도날드에서 나는 냄새였고, 어떤 향은 영화관 팝콘 기계에서 나는 냄새였다. 어떤 향은 명동 3가의 한 카페에서 나던 향이었으며, 또 어떤 향은 프렌차이즈 카페 복숭아 아이스티에서 나던 향이었다. 사람의 몸에서는 각기 다른 향이 나고, 그 향은 또 다른 향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하게 된다.

 

 

 

향은 무척 강렬한 것이어서 우리는 특정한 향을 맡는 순간, 어떤 기억을 반사적으로 떠올린다. 마셀 프루스트(Marcel Proust)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겨울, 홍차에 마들렌을 적셔 입에 베어문 순간, 프루스트는 어린 시절 먹었던 마들렌의 향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 향은 잊고 있던 그의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고, 그는 이윽고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La Rechereche Du Temps Perdu)’를 쓰게 된다. 그 후, 우리는 냄새가 기억을 이끌어내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고 일컫게 됐다.
 

 

 

 

향은 무엇보다 강렬한 언어이다. 사람의 냄새는 그 인상을 순식간에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비록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던 이라도 좋은 향을 갖고 있다면 다시 보이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이라도 악취를 풍긴다면 즉시 고개를 돌릴 것이다. 꼭 입냄새, 땀냄새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냄새’에도 몸은 반응한다. 덥고, 습한 여름이다. 몸에서도, 머무는 공간에서도 즐겁지 못한 냄새가 올라온다. 잘 신경 쓰지 않았을 뿐, 방법은 있다. IXDesign이 준비한 테마와 함께, 이번 여름 당신만의 향기를 찾아보자. 어떤 향기는 다른 사람에게 당신을 기억하게 만들 것이고, 또 어떤 향기는 당신에게 다른 추억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Perfume, the Key to Our Memories

 

 

향수는 치장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아이템이다. 인류 최초의 화장품으로도 잘 알려진 이 향료는 무려 5천 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콘스탄티노스 카바피는 이렇게 썼다.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 삶의 여정에서 흥분되는 시장에 이를 때마다 잠시 길을 멈추고 어여쁜 물건들을 사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타카, 구본형 개작)” 향수는 아주 오래된 역사의 소산이다. 마음에 드는 향수를 찾아 볼 것. 그리고 당신의 가슴과 귀, 손목에 그 향을 담아볼 것. 어쩌면 누군가는 그 향을 맡을 때마다 당신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과 함께 떠오르게 될 기억들 또한 아름답기를.

 

 

 

 

DWAN은 ‘향수가 사람 같다’고 생각하는 브랜드이다. 어떤 사람이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고, 누군가에게 싫은 사람이듯, 어떤 향수는 누군가에게는 좋고, 누군가에게는 싫은 향을 담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호오가 옳고 그름이 아니듯, 향수 역시 정답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DWAN은 고민 끝에 ‘감정을 담은 향수’를 내놓았다. 이름은 BUCKETLIST. 버킷리스트를 써가듯 어떤 감정을 담은 향인지를 써갔다. 일곱 살의 나를 위로하는 향, 아버지의 손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는 향, 취향이 다른 연인이 서로에게 다가가는 향 등. DWAN의 BUCKETLIST를 통해서라면 당신의 감정을 차분히 되살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은은한 향을 좋아한다. 코를 찌르는 향은 없느니만 못하고, 그 향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악취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은한 향은 이내 사라져버리고, 향수를 덧뿌리자니 베이스 노트와 탑 노트가 뒤섞여 버리고 만다. 이 은은한 향을 처음 느낌 그대로 오래 간직하고 싶다면, 세누에르도의 팔찌가 도움이 될 것이다.
 

 

 

 

Le Plein의 ‘제주 패브릭 퍼퓸’은 뿌리는 것만으로도 제주의 어떤 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향수의 이름은 더할 나위 없이 구체적이다. 한 소쿠리 초록 영귤, 섭지에 유채 피우다, 비자림의 아침이슬, 동백길 걷다, 협재의 아침바람, 비 내린 사려니 숲길, 한라산 운무 속에서, 성산에 노을지다. 이름을 보며 어떤 향을 담고 있을지 유추하는 재미마저 느낄 수 있다. 지난 겨울 찾았던 제주의 분위기를 내 공간 안에서 느끼고 싶다면 Le Plein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Potion that Makes You Happy by Scents, Diffuser
 

 

 

디퓨저는 근래 가장 많이 사랑 받는 방향제일 것이다. 북유럽, 혹은 모던 인테리어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우리들의 방에는 하나 둘 디퓨저가 놓이기 시작했다. 자그마한 병에 담긴 각색각’향’의 오일들, 그 위에 독특한 개성이 담긴 리드가 꽂힌다. 단순한 구성 탓에 하나 뿐인 향을 간직한 에센셜 오일을 직접 제조해 ‘DIY 디퓨저’를 만드는 이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내 공간을 내가 사랑하는 향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일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여름에는, ‘여름 냄새’라 불리는 불쾌한 축축함과 아스팔트 냄새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일 것. 물론 주의사항은 있다. 인화성 물질, 직사광선, 열기에 오랫동안 노출된다면 내용물의 변형이 있을 수 있다. 오일이 닿거나 흘렀을 때는 목재, 플라스틱, 가죽, 의류 등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성분에 따라서는 드물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니 이 부분도 주의할 것.

 

 

 

“숲 속에는 뭔가 그리운 향기가 있어.” 숲의 푸르름과 꽃의 싱그러움을 담은 릴리릴리의 디퓨저는 인테리어 소품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조화, 또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디퓨저와 함께 매치해, 보다 손쉬운 플랜테리어가 가능하게 했다. 무드등 디퓨저도 여러모로 재밌는 아이템이다. 디퓨저 병 안에 수은전지를 사용하는 전구를 넣을 수 있게 해, 꽃 모양 스위치를 돌리면 로맨틱한 무드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메리모스는 보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 살아 있는 순록이끼로 액자를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이 액자는 습도를 측정하고, 내부 습기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만, 함께 제공되는 스프레이 형태의 오일을 뿌려 디퓨저로 기능할 수도 있게 만들었다. 최근에는 차량용 제품을 출시해 차 안에서도 은은한 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일반적인 형태의 디퓨저가 차 안에서 얼마나 위험할 지는, 먼저 서술한 주의사항으로도 설명이 충분할 것이다.
 

 

 

Candle, Replaces Lights of Moon, Scents of Flowers
 

 

 

캔들, 그 중에서도 향초는 가장 로맨틱한 방향제 중 하나일 것이다. 늦은 시간, 어두운 방을 은은하게 밝혀주는 초, 동시에 은은하게 퍼져 공간을 메우는 좋은 향기. 앞에 누군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해주기 가장 적당한 말은 “사랑해.”일 것이다. 그러나 불을 다루는 것인 만큼 위험함도 존재한다. 질이 낮은 향초의 경우, 들이마셨을 때 건강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마저 있다. 그러니 어떤 캔들을 사야 할지, 자신이 사려는 캔들의 왁스 종류, 오일, 심지, 향료는 무엇인지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천연 향료를 사용했는지, 심지의 소재는 면인지 나무인지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가장 많이 고려해야 할 것은 본인의 취향과 목적이다.
 

 

 

 

O-Aileen이 출시한 크리미 캔들 역시 기존의 캔들이 가진 정형성에서 벗어났다. 모양이 조금 다르다는 정도가 아니다. 정해진 형태 자체가 없다. 순수 식물 오일로 만든 소프트 왁스로, 심지 주변에 치약을 짜듯 내용물을 짜내고 불을 붙이면 독특한 개성을 갖춘 캔들이 탄생한다. 심지 주위만 녹는 터널현상을 방지했다는 것도 포인트. 다양한 향과 색상으로 캔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소구할 지점이 많다.
 

 

 

사람들이 캔들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바로 ‘Yankee Candle’일 것이다. 그러나 Yankee Candle만 캔들은 아니다. 세상에는 보다 다양하고 독특한 모양의 캔들이 많다. 이를테면 Honey Flamingo가 내놓은 오각뿔 캔들이나 조개 캔들이 그럴 것이다. 100% 천연 소이왁스로 제작된 오각뿔캔들은 다양한 색깔이 다양한 모양으로 어우러져 사랑스러운 느낌을 준다. 조개 모양을 한 캔들 역시 흥미롭다. 천연필라왁스를 사용해 단단하며, 촛농이 흘러내리는 모양 역시 유리병에 담긴 기존 캔들과 다르게 독특하다.
 

 

 

Burn this Stick with the Holder

 

 

 

 

따지고 보면 향을 태운다는 말은 꽤 독특하다. 인센스를 태워 향을 낸다는 이야기인데, 언젠가부터 향 자체가 인센스를 의미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제사, 추모식 등에서만 볼 수 있던 이 ‘향’이 방향을 위한 도구가 된 건 꽤 근래의 일이었다. 세계적으로는 요가나 명상을 위해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고, 미국에서는 히피 문화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인센스의 이국적이고 짙은 향은 최근 몇 년 간 인플루언서들을 매료시켰다. 집안을 조금 더 고풍스럽고 은은하게 채우고 싶다면 인센스 스틱을 사용해보는 것이 어떨까. 참, 스틱만 있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 스틱을 고정할 홀더가 없으면 흘러내린 재는 공간을 어지럽히고 말 테니까.

 

 

 

FIVE&DIME의 INCENSE CATCHER는 시각적으로, 또 후각적으로 아늑한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80년대 이탈리아 멤피스 디자인의 컬러감과 패턴을 모티브로 만든 INCENSE CATCHER는 홀더로서는 드물게 인센스를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는다. 스틱은 캐쳐의 독특한 구조 안에 가려지지만 향은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다 탄 재가 흩날릴 수 있다는 인센스의 단점을 완벽히 극복한 것이다. INCENSE CATCHER는 크림, 핑크, 에버그린 세 가지 색상으로 출시되어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 맞게 디피할 수 있다.

 

 

 

OIMU는 족자, 향로 등 한국 전통의 감성을 살려낸 제품을 제작하는 스튜디오다. OIMU가 내놓은 인센스 스틱 역시 무척이나 한국적이다. 색깔도, 디자인도, 향도 그렇다. 모던하고 감각적이면서도 한국적인 패키지에 담긴 인센스는 귤피, 백단나무, 무화과 향으로 구성되어 익숙하고,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다.
 

 

 

미국의 시인이자 학자, 정원사인 Diane Ackerman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냄새만큼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어떤 향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산속 호수 옆에서 보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오늘도 수많은 냄새를 맡으며 살아 왔다. 타인을 스쳐가며 냄새를 맡고, 무의식적으로 그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당신은 어떤 향으로 남고 싶은가.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향을 체취를 덮지 않을 정도록 새길 것. 가능하면 당신의 가장 즐거운 기억 속의 향으로. 그 향은 이내 당신의 향이 되어 당신을 상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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