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는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썼다. 18년 11월호 테마였던 ‘모두의 지혜가 머무는 곳, 도서관’이라는 기사의 도입부였다. 1년하고도 몇 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책 읽기는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몇 주 전 샀던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나 ‘갈등하는 케이, 팝’ 같은 책은 아직 펼쳐 보지도 못했다. 몇 주에 한 번 꼴로 가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도 미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지 못하고 반납일을 맞이하기 일쑤다. 사실 이미 예견된 결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책 읽기는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까, 퇴근하고 나면 하품부터 쏟아지는데 책 읽을 정신까지 차리기에는 너무 고단하니까.

 

 

 

 

이를 알면서도 우리는 책을 산다. 책의 내용이 너무 읽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구매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서점에 가 그때 그때 읽고 싶은 책을 찾아 서점의 여러 귀퉁이를 방황하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를 책으로 이끄는 것은 매대 위에 놓인 ‘베스트셀러’나 ‘밀리언셀러’ 같은 수식어가 아니다.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것은 역시 매력적인 제목, 그리고 그 매력적인 제목을 표현해내는 책의 ‘커버’다. 커버는 책의 얼굴이다. 커버는 책을 사고 싶게, 읽고 싶게, 갖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사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이기도 하다. 사람의 얼굴을 누가 만들었냐고 묻지 않았듯, 책 커버를 만드는 이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묻지 않는다. 그러나 표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책을 그리고 꾸며내는 이들, IXDesign이 소개하려 한다.
 

 

 

 

문학동네


한 출판사를 골라 그곳에서 나오는 책만 평생 읽어야 한다면, 에디터는 망설임 없이 문학동네를 고를 것이다. 어떤 책을 보아도 불쾌감이나 불편함을 느끼며 읽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문학동네는 그 이름답게 ‘문학’이 주가 되는 출판사다. 김영하, 박민규, 장강명, 은희경, 조남주 등 유명 작가들이 문학동네를 통해 데뷔하거나 이름을 알렸다. 문학동네의 표지 역시 독특하다. 깔끔하게 책의 제목만을 전달할 때도 있으나, 때로는 실험적으로, 때로는 파격적으로 책의 매력을 드러낸다. 최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의 10주년을 맞아 리커버한 작업 역시 눈에 띈다.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책>,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등, 기존의 형식을 벗어나 보다 더 다가가기 쉬운 모습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글항아리


글항아리는 2007년 출범한 문학동네의 ‘계열사’ 중 하나로, 설립 후 초기에는 동양 고전 분야에 골몰하며 번역과 재해석에 힘써왔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옛이야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저자의 글을 소개하며 한국 인문학계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14년 가까이 펴낸 책이 벌써 600여 권이 넘는다. 출판사 이름은 일상의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적어서 항아리 단지에 차곡 차곡 담아 보관했다는 연암 박지원의 일화에서 따온 것이다.
 

 

 

 

 

아르테

 

아르테는 ‘남과 다르게, 어제와 다르게’라는 모토로 1990년 출발한 북이십일의 문학 전문 브랜드다. 아르테는 세계와 호흡하며 세계의 우수한 작가들을 만나고자 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책, 혹은 잊혀서는 안 되는 작품들을 찾아내는 데 집중해 새로운 가치를 담아 재창조하고자 했다. 최근에는 카카오 프렌즈 에세이 시리즈, 브라운앤프렌즈 스토리북을 출간한 바 있다.
 

 

 

 

 

박진범 디자이너

 


박진범 북 디자이너는 한국 북 디자인을 대표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한국판 디자이너로도 잘 알려진 그는 2002년 문학동네에서 북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2009년 프리랜서로 독립해 ‘공중정원’이라는 1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표지에서 줄거리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디자인이 있다. 표지는 원고의 감성을 전달하는 것이지 줄거리를 풀어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점 하나를 찍더라도 그 원고가 가진 감성을 잘 설명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탄탄한 디자인일 수 있다.” 그의 말이다. 19년 차 디자이너로 다양한 책에 옷을 입혀온 그는 <잉여사회>, <소울 케이지>, <종이가 만든 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의 서적을 만든 바 있다.
 

 

 

 

 

General Graphics

 


한 회사에 소속되어 10년 이상 일했던 문장현 디자이너가 직장을 나와 설립한 스튜디오다. General Graphics는 기업의 브랜드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스튜디오는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모든 관계에 개입하고자 한다. 작업 분야도 다양하다. 제품 패키지 디자인부터 표지와 편집 디자인, 타이포그래피까지, 그들의 영역은 어딘가에 한정되지 않는다. ‘아쇼카 코끼리 프로젝트’, ‘리리코스 디자인 가이드북’, ‘삼성 QLED 디자인 스토리북’을 비롯 마몽드, 아이오페, 카카오, 현대 모터스, KT, 설화수, SPC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석윤이 디자이너

 


서양미술학과를 다니다 출판사 ‘열린책들’의 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처음에는 ‘배우는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석윤이’만의 디자인 스타일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미메시스(Mimesis)’를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코리아 디자인 어워드’ 그래픽부문, ‘올해의 출판인상’ 디자인 부문 등에서 수상하였으며 실험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디자인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움베르토 에코 마니아 컬렉션’,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등 그의 대표 작업물을 비롯해 ‘출근길의 주문’, ‘투쟁영역의 확장’, ‘슬픔이여 안녕’ 등 최근 작품들 역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OIMU Studio

 


OIMU(오이뮤)는 2015년부터 서초구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이들은 ‘과거와 현대의 가치를 잇는 디자인 활동’을 한다고 스스로를 표현한다. 이들의 디자인은 이미 두 번의 IXD 테마(‘당신을 기억하게 만들 향은 무엇인가요?’, ‘Package Design, 익숙해서 디자인 같지 않았던 것들 Ⅱ’)를 통해 구독자 분들께 소개드린 바 있다. 이들은 패키지 디자인뿐 아니라 인쇄매체, 공간, 전시, 콘텐츠 디자인 등을 통해 다양한 매체의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정말 별 게 다 고민입니다>, ‘민음북클럽 시리즈’, 2018년
과 2019년을 이어 ‘워터프루프 북’ 시리즈 등이 그들의 대표 북 커버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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