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C. Architecture, Siam More, Breeze Center, photo by Lee Kuo-Min

 

천장

머리 위를 가려 공간에 대한 주도권을 갖다.

- 하늘보다 가까이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들이 바다에서부터 육지로 올라오게 되면서, 그들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 세찬 바람과 이따금씩 내리치는 천둥 번개까지 모든 고난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주(住), 주거공간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필요에서 출발했으며, 동굴에서 빠져나온 우리의 조상들은 이를 위해 기둥과 벽을 세우고 천장을 만들어 하늘을 가렸다


Ⓒ ALA Architects, Dipoli, Aalto University Main Building, photo by Tuomas Uusheimo
 
Ⓒ ALA Architects, Dipoli, Aalto University Main Building, photo by Tuomas Uusheimo
 

신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기 전, 하늘은 무언가 신비롭고 전능한 존재였다.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광대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와 달을 드리우며 사냥, 채집, 추위와 더위, 빛과 어둠을 좌우했다. 이따금씩 벼락을 내리칠 때는 ‘저 위의 존재가 분노하여 우리에게 천벌을 내린다’고 인식되기도 했다. 이렇듯 초창기 우리의 문명은 ‘하늘’을 신성시하고, 우리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보았다.

 

Ⓒ Ménard Dworkind architecture & design, Miss Wong, photo by David Dworkind
 

그러나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두려움을 느끼고, 그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그 존재를 이해의 범주 안에 두려 한다. 이에 따라 ‘진짜 하늘을 가로막을 수 있는 우리 머리 위의 가짜 하늘’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 머리 바로 위의 ‘이해할 수 있는 하늘’, 천장(天障)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고, 그를 통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 고공디자인, 연세 늘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photo by 이종덕
 
Ⓒ Navigate Design, Morah

 

초기의 천장은 움집, 통나무 집 등 바깥에서 수고하는 지붕의 반대쪽, 안쪽 면이라는 의미에 그쳤었다. 공간을 구성하며 필연적으로 생성되는 천장의 형태를 극복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조금 뒤, 실내에서도 위를 바라볼 만큼의 여유가 생긴 이후다.

 

Ⓒ Photo by Vladimir Kudinov on Unsplash
 

중세 시대에는 종교 건축 분야에서 유의미한 발전들이 이어졌다. 중세의 성당은 무거운 석재 천장을 지탱하기 위해 두껍고 웅장한 벽을 이루었으며, 벽과 천장의 무게로 채광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 어둡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것이 특징이다.

 

Ⓒ Photo by bady qb on Unsplash 
 

한편, 중세 이후 천장의 건축 양식은 격천정(格天井: 격자 모양으로 소란을 맞추어 짠 천장 장식의 방법),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벽화로 대표되는 천장화(天障畵)의 유행이나, 신성한 하늘로부터의 빛 – 햇빛이 건축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천장을 높이고 길고 큰 창을 만드는 방식 등이 유행했다.
 

Ⓒ Arquitetura Nacional, Estudio Pretto, photo by Marcelo Donadussi
 
ⒸHome(2016), AD+Studio, photo by Quangdam
 

건축기술이 발달하면서 천장은 더욱 다채로운 형태를 띠게 됐다. 건축물은 층수를 높이며 2층의 바닥이 곧 1층의 천장이 되었다. 또한, 자연에서 하늘이 땅 위로 빛을 내리쬐듯 조명을 천장에 시공해 실내에 있을 때도 햇빛이 머리 위를 비추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로 빛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대부분 실내 공간은 우리의 머리 위에서 아래로 조명을 비추며 공간 내부를 밝힌다. 이렇듯 근현대의 천장은 외부로부터 우리를 보호함은 물론, 그 이상의 의미와 기능을 가지며 하늘보다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Studio Modijefsky, The Roast Room, photo by Maarten Willemstein
 
Ⓒ SODA Architects, BLUFISH restaurant, photo by CHEN Xiyu
 
Ⓒ Murado & Elvira Architects, Baiona Public Library, photo by Imagen Subliminal

 

하늘이 흐리거나 맑거나, 밝거나 어두울 때 우리의 기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듯, 천장도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공간에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공간에서 천장의 높이가 사용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의 한 교수는 각각 다른 천고를 가진 방에 피실험자들을 입장시키고 문제 해결 능력을 실험했다.

 

Ⓒ APOLLO Architects & Associates Co., Ltd., GRID, photo by Masao Nishikawa
 

두 집단 중 천고가 더 높은 방(3m 높이)에서 문제를 푼 A 표본 집단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천장이 낮은 방(2.4m 높이)에서 문제를 푼 B 표본 집단은 정해진 범위의 일을 꼼꼼히 처리하는 데 강점을 보였다. 많은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이 그간 공간을 연출하는 방식에 있어 개방감이 느껴지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표현하고자 할 때는 천장을 높게, 아늑한 분위기나 고도의 집중을 요구하는 공간은 천장을 낮게 구성해온 의도가 실험을 통해 실질적인 효과가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 DH Design Architecture Inc. Interior Design, Tutorabc Taipei Office and Experience Center

 

하늘이 내리는 변덕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천장을 만들고, 때로는 천장에 그림을 그리거나 창을 내는 등, 여러 방식을 통해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게 됐다.
 

Ⓒ OFFICIAL, Civitas Capital Group, photo by Robert Yu


우리의 머리 위를 가림으로써 공간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다준 오브제, 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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