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lex Papoose ⓒ Nichetto Studio

 

 

 

가죽은 동물의 피부를 벗겨낸 것을 말한다. 털을 제거하고 무두질한 것을 유피라 하고, 털이 붙어 있는 채로 무두질한 것을 모피라 칭한다. 벗겨낸 가죽은 유제로 처리해 부패하지 않으며, 부드러운 질감을 유지한다. 물과 열에 강해 소파와 침대, 스툴 등 가구에 쓰이며, 신발과 재킷처럼 의류에 사용되기도 한다.

 

 

 

 

 

ARTIFORT PERCHING ⓒ ILSE CRAWFORD

 

 

 

오래된 오브제를 마주하면 생경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나와 비슷한 나이부터 셀 수 없는 시간을 견뎌오기까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를 작은 사람으로 만들어주지요. 가죽은 사용할수록 빛이 나는 오브제입니다. 섬세하고 정교한 인조 가죽도 세상에 나올 때는 진짜 가죽과 다름없지만, 시간은 가치 있는 오브제를 가려줍니다.

 

 

 

 

Cage Table ⓒ Form us with Love

 

 

 

가죽을 만드는 무두질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기술 중 하나입니다. 수렵을 해서 얻은 짐승의 가죽에 지방을 바르고 문질러서 연하게 만드는 기름무두질부터 불을 이용해 연기에 그을리는 연기무두질법, 잿물에 담가 털을 제거하고 풀뿌리와 나무껍질의 침출액으로 염색한 타닌의 무두질 효과까지 발견했지요.

 

 

LV Chaise Longue Closed White ⓒ Marcel Wanders

 

 

 

우리가 사용하는 오브제 중 가장 원초적인 것은 가죽이라 생각합니다. 패브릭이 탄생하기 전을 떠올리면, 우리는 나뭇잎과 가죽으로 생활했던 때가 있었음을 알고 있지요. 인류는 수렵과 사육을 시작해 동물의 가죽을 얻게 되었습니다. 가죽으로 옷을 지어 입거나, 집 안을 꾸미는 것은 그들의 사회적 위치를 알리는 행위이기도 했습니다.

 

 

 

 

 

Swing Chair ⓒ Patricia Urquiola

 

 

 

패브릭이 본격적으로 인류의 삶에 들어오자, 가죽은 점차 고급스러운 오브제가 되었습니다. 가죽은 패브릭과 달리 대량 생산할 수 없으며, 가공방식이 까다롭기 때문이었어요. 동물의 가죽을 벗겨내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여러 부속물 또한 포기하기에 어려운 것이지요. 가죽은 보온성과 내구성이 뛰어나며 온도의 영향을 적게 받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가공을 할 수 있으며 염색 또한 수월하지요. 가죽은 동물로 만들어지기에 모두 다른 생김새를 띄는 것 또한 특징입니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가죽의 소비량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CREATEUR DE LANNEE ⓒ TRISTAN AUER

 

 

 

소가죽은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가죽입니다. 그중 생후 3개월 미만의 송아지 카프스킨은 모공이 섬세하고 가벼우며, 탄성이 있어 최고급으로 불리는 가죽입니다. 2년 이상 사육한 수소의 가죽인 스티어하이드는 질이 좋고 단단하며 두께가 적당해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양가죽은 부드럽고 정교해 가방과 장갑에 자주 사용됩니다. 단단하고 내구성이 좋은 양가죽은 지갑과 구두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뱀가죽은 특유의 화려한 색과 무늬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 중 파이톤이라 불리는 비단뱀가죽은 내구성이 강해 가공과 염색이 쉽습니다. 타조가죽은 통풍성이 좋고 탄력이 있는 소재로 핸드백, 지갑에 자주 사용됩니다. 올록볼록한 표면을 가지며, 질기고 두께감이 있지요. 악어가죽은 동물 보호 규제로 인해 생산이 제한되어있어 특수 가죽 중 가장 고가에 속합니다. 아름다운 무늬가 특징인 악어는 대부분 오로지 가죽을 위해서 양식된다고 합니다.

 

 

 


CYBEX ⓒ Marcel Wanders

 

 

 

며칠 전 장을 보러 간 마트에서 많은 종류의 달걀이 판매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먹보다 작은 달걀이 가득 담긴 상자에는 마트 이름이 크게 적힌 PB상품과 보다 넓은 환경에서 길러졌다는 동물복지 유정란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소비를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생명이 우리의 풍족한 삶을 위해 소비되겠지요. 어떠한 삶을 지향해야 할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모두가 덜 고통받기 위해서요.

 

 

김리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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