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공 디자인 1호 박사. 정희정 교수를 만나다.
 
청운대학교 창의융합대학 교수이며 디자인학박사인 정희정 교수는 (사)한국공공디자인학회 부회장을 포함한 여러 디자인 단체의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안전행정부와 국토부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중앙부처, 철도공사, 도로공사, 행정중심도시건설청, 새만금개발청,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건축 및 디자인 심의위원으로 역임했으며, 도시와 경관, 건축 등 공공디자인 도시재생 자문 및 심의 평가와 도시 마스터플랜 작업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문화 콘텐츠와 도시디자인>, <간판개선사업 가이드북>, <참여하는 사진전>, <채워져서 아름다운 감성공간 상하이 타이캉루 티엔즈팡>, <디자인이란? 도시디자인이 무엇입니까>, <나오시마 디자인여행>, <창조도시 요코하마> 외 다수가 있으며, <공공디자인 평가척도어 추출에 관한 연구>, <국가 옥외광고물 표준 가이드라인 수립의 당위성에 관한 연구>, <정보게시판(현수막게시대)개선 및 온라인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초자료 조사연구> 등의 논문이 있다.
 
Q. ‘공공 디자인’이라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을 것 같다.
 
A. 공공 디자인은 초기 계획과 과정, 마감과 후속적인 유지관리까지의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디자인을 단순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심미성에 비중을 두지만, 잘 계획된 공공 디자인은 공공(公共, Public)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안전하고 윤택하게 해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며, 도시 경관/디자인 관련 사업들의 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는 사회의 중요한 요소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공공 디자인을 ‘보이지 않는 가치’라 말할 수 있다.
 
 
 
Q. 공공 건축물이 갖춰야 할 요인은 어떤 것이 있을까?
 
A. 공공 공간은 우선 다양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불편함이 최소화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쉽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장애인을 사회적 약자로, 공동체와 함께 가야 할 동반자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가까운 일본의 도시 기반시설들은 신체적 불편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디자인되어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일본 나리타, 하네다 국제공항과 지하철에서 ‘다기능(多技能) 화장실과 화장실 표지판을 인상 깊게 보았다. 다기능 화장실은 영유아를 동반하고 이용하는 일반 여행객들부터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까지 모든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또한, 공항과 지하철을 찾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선형 블록, 점형 블록들이 역사(驛舍)의 동선을 따라 단 한 번의 단절 없이 연속적으로 설치되어 진행과 멈춤을 정확히 안내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 사회는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과 같이 공공 공간에 접근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Q. 그 외에도 공공 디자인이 잘 적용된 도시, 혹은 건축물의 사례로 어떤 곳을 꼽을 수 있나?
 
A. 이번에는 도시/공공 디자인에서 색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세계의 여러 도시들 중 유럽의 도시는 드라마틱한 표정을 연출한다. 런던의 도시환경에서 시설물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붉은색과 검정색을 적용했다. 런던의 버스가 그러하고, 우체통과 공중전화박스, 지하철의 픽토그램이나 가로의 휴지통까지 모두가 빨간색을 입고 있다. 한편, 도시 교통시설물과 기반 시설물은 검은색을 하고 있다. 강렬한 빨강과 검정이 이처럼 도시환경에 조화롭게 적용된다는 것은 철저히 계획되고 계산된 도시 디자인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명시성과 가독성이 좋은 강렬한 색이 오히려 도시의 질서를 잡고, 나아가 도시의 색이 되고 랜드마크가 된 것이다.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질서와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런던 도시의 색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 색채위계질서의 롤 모델임에 분명하다. 또한, 도쿄국제포럼(Tokyo International Forum)의 넓은 실내는 색채위계질서를 잘 계획하여 실천하고 있어 방문객들이 쉽고 편하게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건축물의 외부에서부터 시작되는 대규모 홀에 대한 각각의 이미지 컬러들이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실내로 들어서면 인포메이션 데스크가 쉽게 눈에 들어와 안내의 역할을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또한, 방문객의 시선을 배려해 바닥 면에서도 문자와 기호 등 색채를 적용한 플로어 사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각각의 홀 별 색채 팔레트를 반영해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집중시키면서 색채를 통한 시각적 안내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한국의 가로에서의 색채환경은 사용성과 그 중요성에서 위계질서를 갖추고 있지 못해 혼란과 혼돈의 시각적 폭력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선행사례를 연구해 시급히 개선했으면 한다.
 
 
Q. 서울의 공공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듣고 싶다.
 
A.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정치, 행정, 경제, 문화, 기술 등 여러 측면에서 이미 세계의 주요 도시가 된 지 오래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수많은 국제행사를 발판으로 도시는 변화를 거듭해왔다. 서울의 정책과 행정이 광역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롤모델이 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얼마 전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공공 디자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박원순 시장은 ‘사람 중심의 살기 좋은 도시, 서울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디자인적 사고를 빼놓을 수 없다’고 하며, 나아가 ‘서울의 도시 디자인은 도시 미관을 넘어 도시에서의 삶을 더 낫게, 더 아름답고 따뜻하게 만드는 하나의 공공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시행된 ‘공공건축가’제도나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치열한 논의 과정을 거쳐 서울시의 법정 최고 도시 계획인 ‘2030 서울 플랜’을 최종 완성하는 등, 이 시대 서울의 공공 디자인이 나아가는 행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 속에서 일관된 정책과 행정을 펼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서울의 공공 디자인은 문화 예술과 디자인, 역사, 인문, 사회, 자연 등 다차원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에서 입체적으로 바라보며 접근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나는 국내에서는 척박했던 ‘공공 디자인’ 분야에서 2009년 공공 디자인 연구논문으로 한국의 ‘공공 디자인 1호 박사’라는, 영광스럽지만 동시에 책임감이 막중한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 이후 강원도에서 제주까지 산지사방을 동분서주하며 스스로 공공디자인 전도사가 되어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좌충우돌했다. 전국의 공공 디자인을 관찰한 끝에 내가 느낀 것은, 예상보다 공공 디자인이 필요한 범위와 영역이 넓으며, 이에 대한 민간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공공 디자인의 실효성 있는 실천이 필요한 시기다. 이에 공공 디자인과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에 봉사하며 책임을 다하고, 나아가 국내 공공 디자인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키고자 2018년 12월을 창간호로 <공공 디자인 저널>을 펴내게 되었다. <공공 디자인 저널>을 통해 우리의 도시와 마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하며 다양한 정보와 소식을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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