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포스트 모더니스트, SCAAA 스티븐 송
 

 

미니멀리즘과 포스트 모더니즘, 건축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론.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이 모든 개념에 대한 철학적이며 진중한 접근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건축을 해나가는 이가 있다. 바로 로스엔젤레스에 기반을 둔 건축사 사무소, SCAAA의 대표 Steven Song이다. 그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Robert Venturi에게서 수학했고, 그 배움을 토대로 매번 새로운 건축을 선보이고 있다. SCAAA는 한미 양국을 오가며 자신들의 심도 깊은 리서치를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려 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Steven Song은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자신의 가치관을 설명했다

 

 

 

Q. SCAAA를 어떻게 설립하게 되었나?


A. SCAAA는 나(Steven Song)과 Robert Aitcheson, 최영환 세 사람이 함께 운영하는 스튜디오다. Robert Aitcheson은 함께 Arquitectonica에서 일하던 친구였고, 최영환 공동대표는 유펜 건축학과에서 만나게 되었다. SCAAA의 사명 역시 세 사람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Song, Choi, Aitcheson Architectural Association. 무겁고 거창한 뜻을 담지 않았다.

 

 


Q. SCAAA 이전에는 뉴욕의 젊은 건축가들과 비움(VIUM)이라는 그룹을 결성한 바 있다.


A. 비움이란 회사는 당시 뉴욕에서 일하는 또래 건축가 중, 건축에 대한 접근방식이 독특하고 실력이 있지만 아직 젊어서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을 모아 만든 네트워크이자, 우리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소호 근처 작은 오피스를 빌려 퇴근 후 식사를 하며 토론하고, 다음 날 출근을 해야 하니 자정까지 비움만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곤 했다. 일종의 투잡이었던 셈이다. 공동대표인 Robert Aitcheson 또한 비움의 초기 결성 멤버였다.
 

 

 

Q. 건축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로버트 벤투리와 그의 아내 데니스 스콧 브라운으로부터 수학했다.

A. 그들에게 정말 수많은 것을 배워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건축은 시스템 레이어들의 종합이라는 것이다. 클라이언트의 니즈, 사용자의 니즈, 어바니스틱 개념에서의 컨텍스트, 경제적인 컨텍스트 등 수많은 레이어들이 얽혀 있다는 것이다. 건축을 하는 사람은 이 모든 레이어를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두 번째는 역사다. 먼저 간 시대를 공부하면 앞으로 다가올 시대가 보인다. 요즘의 학교들은 역사를 배우기보단 어떤 형태를 만드느냐에 집중한다. 그러나 건축은 한 명의 천재가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천재적인 시스템’이 만드는 것이다. 르 꼬르뷔지에, 바우하우스의 모더니즘을 로버트 벤투리, 로이 칸이 이어 받았고, 그 바통을 로버트와 데니스에게서 이어 받았다. 나는 포스트-포스트 모더니스트다. 모더니즘과 맥이 다른 것 같지만 크게 보면 한 줄기이고, 그 시대에 다양성이 더해졌다고 볼 수 있다.
 

 

Q. SCAAA만의 건축철학은 무엇이라 보는가?


A. 어릴 때부터 불교 신자이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가져온 미니멀리즘, 로버트와 데니스로부터 배운 포스트 모더니즘, 유펜의 데이빗 래더배로우 교수의 현상학적 접근론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요즘 관심을 갖는 분야는 ‘건축의 경제학’이다. 건축은 혼자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세계 경제에 종속되어 있다. 상업 빌딩이라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둬야 한다. 이런 철학이 잘 반영된 프로젝트라면 홍대의 RYSE Hotel이 있다. 프로젝트의 초기부터 클라이언트의 개발팀과 함께 어떤 것을 지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했다. 우리는 거의 모든 단계를 ‘공간의 기획’부터 시작한다. 프로젝트 참여 기간이 긴 이유다. 홍대라는 장소의 특수성, 클라이언트의 니즈, 홍대를 찾는 이들의 세대적 차이, 또 소비력의 차이. 리테일 프로그램의 레이어링을 통해 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점진적으로 섞일 수 있는 공간을 계획했다.
 

 

 

Q. SCAAA는 지역 및 환경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기도 한다.

 

A. 앞서 말했듯, 진공상태에서 프로그램만 받고 디자인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프로젝트 이전에 심도 깊게 리서치를 진행한다. 홍대 RYSE Hotel을 예로 들어보자. 홍대라는 공간, 그곳을 찾는 이들, 그들의 구매력과 주변 상권까지, 모두가 조사와 연구의 대상이다. 우리가 리서치에 기반, 공감할 수 있는 답안을 내놓으니 클라이언트들이 점점 더 어려운 프로젝트를 주는 것 같기는 하다. 큰 회사와 일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규모와 무관하게 넓은 세계관, 깊은 리서치 베이스가 있어서 같이 일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Q. 한미 각국에서 건축 활동을 하는 데 차이가 있다면?

 


A.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한국의 문화는 이렇기 때문에 이렇게 지으면 사용자들이 그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지역적인 장벽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곳곳으로 금방 전파된다. 우리의 리서치들 중 ‘세대’에 관한 내용이 많은데 미국의 밀레니얼과 한국의 밀레니얼이 원하는 게 비슷하다. 지역 간의 차이보다 세대 간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차이점을 굳이 꼽자면, 미국에는 정부, 혹은 영향력 있는 소셜 그룹의 네트워크를 통해 인허가를 받는 것이 수월하지만, 한국에서는 인허가 혹은 법규 면에서 믿을 수 있는 건축 회사들과 합작을 하는 편이라는 것이다.

 

 


Q. 후배 건축가와 건축학도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우리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19세기의 유럽 예술, 21세기 미국 서부에서 시작된 공유 이코노미가 우리의 생활에 끼치는 영향, 독일의 친환경 소재와 기술을 마닐라에 지을 건물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지식과의견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경제를 일으킨 세대와 현재 밀레니얼 세대의 간극을 이해해야 하며, 건축이 어떻게 이를 연결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 한다. 많이 읽고, 보고 고민하며 탐구열이 무엇인지 보여줬으면 한다.
 

 

 

Q. 앞으로 스티븐 송과 SCAAA의 계획이 있다면?

 

A. SCAAA는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환태평양으로 그 기반을 넓히고자 한다. 어려운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클라이언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다. 아직 젊기에 SCAAA는 프로젝트 하나 하나를 모두 성공시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회사에 들어오는 다른 어린 건축가들도 우리의 건축 접근 방식과 깊이에 대한 고집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Deco Journal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