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처음 공간을 마주했을 때 전세입자가 아뜰리에로 사용할 때 깔려있던 푸른색 카페트가 마음에 꼭 들었다. 청소나 관리가 까다롭지만 그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 현재에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작업실 역시 동일한 이유로 카펫 유지) 오래된 고가구와 베트남 라탄 조명이 공간에 아늑함을 더한다.


경리단길 514711.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소로 찾는다면 절대 찾지 못할 것이다. 상가 사이의 낡은 514711문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혹여 찾는다 하더라도 문고리를 잡는 것에서부터 우리는 연신 자신의 방향 감각을 의심하게 된다. 문을 열면 보이는 가파른 높이의 계단은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며 우리는 좀체 확신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기억 속 주소를 더듬으며 12 계단을 오르다 보면 여전히 의문스러운 문과 마주하게 된다. 아마 유빈씨가 먼저 문을 열고 반겨주지 않았더라면 우리 역시 집을 눈 앞에 두고도 망설였을 것이다. 문 너머에는 좀 전과는 확연히 다른,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듯한 이국적인 공간이 우리의 눈길과 발길 모두 사로잡는다. 이곳은 유빈씨가 그의 남자친구와 끝없는 회사 업무를 이어가는 작업실로 이름마저도 유쾌한 ‘유난스테이’다.



거실 빔 프로젝터로 영화도 보고 작업도 하는 작은 방이다. 천장이 높지 않은 옛날 집으로 소파를 제외한 모든 가구들을 좌식으로 적용해 공간활용을 높였다. 이는 작업실뿐만 아니라 침실도 마찬가지다. 몸집이 큰 가구 대신 사다리 형태의 선반으로 수납 공간을 확보했고 U자형의 바디필로우를 푹신한 방석과 등받이 쿠션으로 활용했다. 소파와 바디필로우에도 그녀의 애장품 ‘천때기’가 살포시 놓여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혼자 살기 시작한지 어언 8년. 잦은 야근과 주말 근무가 많다 보니 그녀에게 집은 오롯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여야 했다. 그렇기에 늦은 시간까지도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유빈씨는 3년 전 유럽여행에서 처음 에어비앤비를 이용하고 ‘ 아 세상에 이렇게 예쁜 집들이 많구나’ 하며 새삼 놀랐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집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 같다. 여러 곳을 알아보다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넘치는 경리단길에서 지금의 집을 발견했다. 평소 수건, 커튼, 스카프 등 ‘천때기’에 깊은 애정이 있는 그녀는 일상에서 혹은 여행에서 맘에 드는 걸 발견하면 지나치지 못하고 집어왔다. 집 안 한 켠에 쟁여놓았던 각양각색의 천때기는 비로소 공간 곳곳을 꾸미며 하늘하늘한 모습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에 더해 동묘시장과 광장시장 혹은 길거리에서 주워온 카페트와 가구들이 유니크한 유난스테이로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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