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디자인의 기능적 부분은 환자의 심리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정신건강과 병원에서도 빛을 발한다.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공간은 환자들이 진지한 속내를 털어놓기가 더 쉽게 만든다. 연세 늘봄 정신건강의학과의원 프로젝트의 클라이언트 원장 부부는 오로지 환자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병원의 모든 요소를 디자인하기 원했고, 스튜디오 고공디자인은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곳곳에서 환자들에 대한 배려심과 디자이너의 정성이 묻어나는 이 공간은 근방의 여느 정신과의원보다도 인테리어에 신경을 많이 써서, 병원이라는 공간이 지향해야 할 바를 보여주고 있다.
 

 
파사드는 고현석 실장이 연출하려고 고심한 에메랄드 블루 계통의 컬러로 도장 되어있다. 이 컬러는 환자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차분함, 편안함을 느끼도록 돕는 한편, 건물 복도에서는 다른 공간에 비해 눈에 띄는 포인트로 작용한다. 정신건강의학과의 특성상, 카운터와 접수 대기공간은 입구에서 노출되지 않는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외부로부터 가려진 대기 공간은 웨인스코팅, 여러 디테일과 소품 등을 통해 일반 가정집 같은 편안한 느낌을 준다. 고공디자인은 주거공간의 디자인 경력도 깊은 만큼, 이 공간을 가정집의 분위기처럼 능숙하게 꾸밀 수 있었다. 이것은 병원이라는 정체성을 강하게 살리기보다, 환자들이 거리감을 느끼지 않고 일반 가정집처럼 편안히 대기할 수 있도록 클라이언트가 요청했던 주요 사항 중의 하나다.
 
 
병원의 인테리어로는 흔히 쓰이지 않는 노출 브릭에 단정한 화이트 도장으로, 너무 러프하지 않고 깔끔해 보이면서도 입체적인 벽면을 구성할 수 있었다. 연세 늘봄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컨셉 컬러라고 할 수 있는 에메랄드 블루 계통의 파란색은 조명이 설치된 천장에도 도장되어있다. 보통 천장까지 세세하게 도장하는 경우는 많지는 않은데 이런 부분 또한 대기실에서 초조히 앉아 있을지도 모르는 환자를 배려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진료실로 향하는 복도의 끝은 대기실에서도 활용된 웨인스 코팅에 에메랄드 블루로 도장한 벽이 있고, 이 뒤에는 환자들의 진료 대기공간이 위치했다. 조도가 낮은 조명과 에메랄드 블루 계통의 색을 적극 활용해서 이곳을 다운된 톤으로 연출한 것 역시 환자들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배려한 디자인이다.
 


고현석 대표는 저명한 학자들의 서재 사진을 모티브로, 두 원장 부부의 취향에 맞게 상담/진료실을 디자인했다. 원장의 업무 공간이기도 하고 상담 및 진료도 병행하는 공간인 만큼 환자들에게 노출된다는 점을 고려, 모던하고도 클래식한 설계로 환자들이 전문가의 공간에서 진료받는다는 신뢰감을 가질 수 있도록 고심했다.
 
 
 
아동치료를 전담하는 세 진료실은 호밀밭 01-03으로 이름 지었는데 이는 J.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따온 이름이다. 호밀밭에 있는 동안 어린이 환자들은 파수꾼인 두 원장 부부의 보호 아래 안전할 수 있다. 고공디자인 고현석 실장은 거짓 없는 디자인, 정직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추구하며, 이번 프로젝트의 초안과 결과물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그 반증이다. 최초의 3D 모델링과 결과물이 동일하다는 것은 작업 중간중간 있을 수 있는 애로사항과 타협을 잘 극복해 나갔다는 것이고, 이런 노력을 통해 고공디자인은 맨 처음 클라이언트가 기대한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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