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JEAN ETERNAL JOURNEY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

 

LOCATION: 롯데뮤지엄

 

www.lottemuseum.com

 

 

자유롭게 하늘을 유영하는 일, 유니콘을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일, 꽃의 요정과 만나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일 등 꿈속에서 혹은 상상 속에서나 해봤을 법한 일들을 스크린에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작가, 제임스 진(James Jean)이 롯데뮤지엄에서 «끝없는 여정»을 개최한다. 순수하고 몽환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제임스 진은 DC 코믹스 표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브랜드 프라다(Prada)와 협업한 작가, 영화 Shape of Water의 포스터 작가 등 다양한 작품 이력의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타이완계 미국인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과 특별한 상상력의 결합은 그를 순수미술과 상업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자유롭게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회화, 영상, 오브제, 설치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제임스 진은 작품마다 내면에 감춰진, 대서사시를 담은 화면으로 작품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지난 호에 이어 제임스 진이 그려낸 독특한 작품 세계에 빠져보자.

 

 

 

오방색을 주제로 한 제임스 진의 신작 섹션이 끝나면 작가의 기억과 역사가 깃든 지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인생의 희로애락, 삶과 죽음이 얽혀있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 녹아든 대서사시를 화면 위에 써내려간다. 그의 초기작품들은 다양한 은유와 상징이 얽혀있는 시적 공간이다. <메이즈 l Maze>(2008)에서 한 소녀는 굴릴 수 없는 미로 형태의 굴렁쇠를 뒤에 숨기고 굴렁쇠를 열심히 굴리며 달려가는 소년을 바라보고 있다. 작가는 <헌팅 파티 l Hunting Party>(2009)와 <타이거 l Tiger>(2010), <체럽스 Cherubs>(2010)에서와 같이 작품을 대형화면으로 확장하면서, 폭력과 죽음이 난무하는 파괴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겹겹이 쌓아 올린 색채를 통해 만든 어두운 톤의 화면 안에서 각양각색의 동식물과 인물들을 세세하게 묘사한다. 제임스 진은 붓끝의 새로운 질감과 텍스처, 그리고 색채를 혼합해 인간의 욕망과 공포, 참혹한 현실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나비를 잡는 <아우렐리안즈 Aurelians>(2016)와 아름다운 숲에서 유니콘을 탄 소녀가 등장하는 <트래블러Traveler>(2018) 등 이전 작품과 확연히 다른 밝은 색채를 통해 환상의 세계를 표현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완벽한 드로잉과 다채로운 색채는 작가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화면을 창조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작가는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도상들과 재료, 표현기법을 혼합하며 동식물을 함께 그려냄으로써 그의 대표적인 하이브리드 도상을 창조한다.

 

 

 

 

“최고의 이야기는 너무도 어둡고 비극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어둠을 예술로 승화시켜 소통할 수 있기에 그 결과물의 아름다움은
비극과 미를 넘나드는 극단적인 경험을 완성한다.”

“The best stories seem to be the darkest and most tragic. But since we can transform and communicate that darkness into art, the beauty of the resulting work completes this dichotomy of experience.”

 

 

 

제임스 진은 뉴욕의 미술 명문 ‘스쿨 오브 비쥬얼 아츠(SVA)’를 졸업 후, 2001년부터 미국 만화산업을 대표하는 DC코믹스(DC Comics)의 『페이블즈 Fables』 커버 작업을 시작하면서 그 이름을 알렸다. 81편 이상의 코믹북 표지를 제작한 제임스 진은 이를 계기로 여러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을 하는 등 촉망받는 작가로 명성을 쌓았다. 작가는 커버 작업을 통해 전통 방식인 손 그림과 컴퓨터 작업을 어우르는 다양한 기법을 연구했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를 위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창조했고, 이미지 속에 스토리를 압축하는 시도를 이어갔다. 이러한 시도는 이후 그의 작품 속 흥미로운 내러티브와 섬세한 묘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017년, 제임스 진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Shape of Water>, <마더! mother!>, 그리고 <블레이드 러너 2049 Blade Runner 2049>까지 할리우드 대작 3편의 포스터를 제작한다. 영화의 스토리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면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로 전 세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한, 제임스 진은 올해 7월 말 개봉하는 영화 <사자>의 포스터 작업을 함께 진행하며 한국에서의 활발한 소통의 포문을 열었다. <제임스 진, 끝없는 여정>은 ‘현실을 압도하는 환상, 환상을 압도하는 현실’이라 표현할 수 있는 그의 작품 세계를 완벽히 담아내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펼치는 환상적인 작품 세계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경험이자 작가와 한국 팬들이 한걸음 가까워지게 되는 계기, 또 그를 잘 몰랐던 이들에겐 작가만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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