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함과 편안함, 안락함.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추구하고 싶은 가치가 아닐까. 글램핑이 최근 각광 받는 키워드가 된 것도 비슷한 이유다. 캠핑은 본래 어렵고 힘든 것이다. 낯선 타지에서 텐트를 치고, 바깥에서 요리를 하며, 야영하는 것이니까. 때론 춥고, 때론 더우며, 때로는 눈과 비가 괴롭힐 것이다. 그러나 앞에 글래머러스(glamorous)라는 단어가 붙은 글램핑은 꽤나 다르다. 럭셔리하다. 찬 바람도 뜨거운 열기도 글램퍼들을 괴롭히지는 못한다. 에어컨도, 세탁기도, 멋진 식기들도 이미 갖춰진 곳에 어떤 어려움이 있겠는가. 우리는 이미 완성된 곳에서 안락함을 느낀다. 더 이상 노동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움. 쉬는 시간에까지 피곤하고 싶지 않다는 현대인의 피로는 글램핑, 호캉스와 같은 트렌드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일부러 쉬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창작이며, 창조다.

 

 

 

기성품을 사는 대신, 자신만의 시선과 철학이 담긴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사람들. 잠깐, 여기서 미켈란젤로(Michelagelo Buonarroti)의 천지창조(The Creation of Adam)와 같은 예술품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진짜 천지를 창조하라는 것도 아니다. 소설을 쓰라는 것도 아니며, 작곡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공예’다. 공예는 과거 조형예술의 한 부문이었지만 이제는 그보다 좀 더 대중적인 영역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이윽고 실용성이 있어 생활하며 사용되며, 미적 효과를 가진 도구, 나아가 그 제작 자체를 뜻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편안함’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과 동시에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증명하고자 한다. 삶을 살아가는 순간, 우리는 많은 경우 삶의 객체로 전락하고 만다. 삶을 이끌어가기보다는 삶을 따라 흘러가는 존재로 그저 끌려다닐 뿐이다. 그것은 때로는 학업이 되고, 직장이 된다. 사람들의 기대가 되고, 어쩌면 빚이 된다. 하지만 창작을 할 때만큼 우리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내 머릿속 상상처럼 구현해낼 수 있다. 그래서 그 귀찮음 속에서도 우리는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 헤매고, 주말이면 공방을 찾아 무언가를 만든다. 주체가 된다는 것은 삶의 주인임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IXDesign은 우리주변의 다양한 소재로 만들 수 있는 공예를 소개한다. 과로와 피로에 시달리며 지쳐버린 당신의 몸에게 이번 주말, 아래에서 소개할 이들처럼 스스로에게 ‘삶의 주인이 될 기회’를 주자. 완성된 작품을 보는 순간, 그 피로조차 잊을 수 있을 터이다.
 

 

 

가장 약하지만 가장 강한 것, 종이

 

 

 


종이는 식물의 섬유를 풀어 평평하고 얇게 엉기도록 해 물을 빼고 말린 것을 뜻한다. 종이는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기록’하는 용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인류는 종이를 통해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 왔다. 종이를 여러 번 접으면 매우 두꺼워진다는 성질을 이용해, 지갑(紙甲)이라는 방어구를 만들기도 했고, 한지는 문에 바르는 창호지로 쓰이기도 했다. ‘공예’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종이의 쓰임새는 더욱 놀랍다. 내가 이런 종이로 쓸데 없는 낙서나 하고 있었구나 싶어 나무에게 미안할 정도다. 전통 한지공예로는 색실함, 반짇고리, 안경집, 안경, 항아리, 지갑, 찻상과 옷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물건을 만들 수 있다. 비단 한지공예만 공예인 것은 아니다. ‘페이퍼 크래프트(Paper Craft)’로도 불리는 이 종이 공예로는 꽃도, 별도, 집도 만들 수 있다!
 

 

종이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 March Studio

 

 

 

March Studio는 ‘종이’를 사용해 디자인 영역에 필요한 다양한 아트웍을 작업해내는 스튜디오다. 김예은 작가의 작업은 특별하다. 종이로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보다 종이의 가능성을 무한대에 가깝게 확장해 놓았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릴 것 같다. March Studio의 작업에서 종이는 음식이 되었다가, 주방이 되었다가, 자동차가 되었다가, 나무가 된다. 종이가 가지고 있는 질감과 특유의 컬러감을 활용해 이전에 없던 것들을 만든다. 기업들과의 콜라보도 이어진다. 포털 네이버의 설날 메인을 장식한 떡국과 윷은 이 스튜디오에서 탄생했다. 카카오 프렌즈, 스타벅스, 애플, LG전자, 올리브 영, LG하우시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삼성, 청와대, 서울시까지, 많은 이들이 이 스튜디오와 함께했고, 또 함께하길 원한다.
 

 

꿈도, 사랑도 포장하세요. Levien

 

 

 

Levien은 종이와 패브릭을 바탕으로 다양한 핸드크래프트를 손 보이는 브랜드다. 가장 유명한 건 역시 ‘패키징’이다. Levien은 종이를 이용해 선물을 포장한다. 단순히 포장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디자인으로 선물을 돋보이게 만든다. 까또나주(Cartonnage) 역시 눈여겨볼만하다. 까또나주란 유럽의 전통 수공예로, 판지에 천을 붙여 상자를 만드는 작업을 뜻한다. 여러 가지 형태와 기능을 조합, 개성적인 작품을 만들 수 있다. Levien은 Levien만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까또나주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인류가 선택한 소재, 금속

 

 

 


인류의 역사는 돌을 활용한 석기시대를 거쳐 청동을 사용하는 청동기에 접어들었다. 금속은 강하다. 단열성, 전열성도 강하다. 평상시에는 일정한 모양을 유지하고, 뜨거운 날씨에도 그 모습이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기술과 적당한 열만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대로 그 모습을 바꿔낼 수도 있다. 그렇기에 금속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널리 사용되곤 한다. 이 금속은 때로는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지켜주는 방패가 되기도 한다. 총알이 되고, 방화문이 된다. 쉽게 변하지 않고 단단하다는이 특성은, 금속을 훌륭한 장신구의 소재로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금속은 팔찌가 되고, 반지가 되고, 목걸이가 된다.
 

 

 

주얼리와 금속의 만남, MI*HUE

 

 

 


MI*HUE는 주얼리 디자이너와 금속공예가의 만남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예술, 공연 등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전시와 페어 등에 참여를 통해 관람하는 작업이 아닌, 여러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는 작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MI*HUE는 섬세하면서도 유기적인 라인의 디자인을 추구, 주로 인체, 자연 등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다. 여러 원석과 금속을 가공, 디자인하는 모든 과정에 디테일을 녹이고자 전 과정을 핸드 크래프트로 진행한다.

 

 

금속에서 휴머니즘을 찾다. Willer&Co

 

 

 

 

Willer&Co는 단순한 표현과 기능성을 강조한 획일화되어가는 모던한 디자인 사이에서 휴머니즘에 집중하는 브랜드다. 반지, 큐빅, 혹은 애플 워치 체인까지, 이들은 금속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세련되게 탈바꿈해놓는다. 이들은 금속을 이용해, 다양한 역사화 문화 속의 인간성을 중심으로 상징성과 정체성을 부여, 현대 인류가 상실한 것들을 회복시키고자 한다. 그들의 제품에선 그리스 신화가 읽히고, 때론 셰익스피어가 읽힌다. 이들의 이름이 Willer&Co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WILLER. 결심하는 혹은 의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들의 브랜드와 디자인에서 우리는 그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 온 소재, 나무

 

 

 

 

나무는 오랫동안 인류에게 많은 것을 주어 왔다. 인류가 구할 수 있는 재료 중 가장 가공이 쉽다. 오래 전부터 인류가 나무를 사용해온 이유다. 청동기와 철기를 거치며 금속에 자리를 뺏겼지만, 나무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가장 접하기 쉬운 재료로 쓰인다. 이를테면 가구가 그렇다. 책상과 의자, 책장과 식탁.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수많은 도구들의 주•부재료는 단연 나무다. 인류는 나무가 없었으면 지금까지 했던 발전의 채 절반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법을 알지 못했다면 인류는 아직 양피지나 파피루스를 사용했을 것이다. 가공이 쉬운 나무의 장점을 포기한 채, 쇠와 철로 책상, 의자, 책장과 식탁은 물론 그 위의 연필과 공책까지 만들어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대부분은 나무 손잡이 없이 제 역할을 못했겠지만.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나무를 이용, 수없이 아름다운 공예품을 만들어왔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
 

 

 

디자이너가 된 비보이, 양웅걸 가구 스튜디오
 

 

 

 

목수이자, 가구 제작자, 디자이너. 그리고 아티스트. 여러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양웅걸 작가의 스튜디오다. 놀랍게도 그는 비보이로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군 시절, 목공병으로 일하며 ‘전환’을 맞았고, 이윽고 그는 가구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가 만들어 내는 가구엔 ‘공예적인 요소’들이 가득하다. 디자인에 공예적인 부분이 가미되고, 공예에 디자인적 요소들이 가미되면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그는 아티스트로서 수많은 전시에 참여하며 그의 작품을 널리 알려오고 있었다. 작품이자 제품이 되는 가구들은 책상 등 주요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의자부터 수납장, 침대와 책장까지. 그는 나무를 통해 어떻게 ‘예술’을 하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인류가 아직 대체하지 못한 재료, 가죽
 

 

 

 

마지막 재료는 역시 가죽이다. 가죽은 벗겨낸 동물의 피부를 일컫는다.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가공하고, 입어온 의복의 재료. 인류는 수렵과 사냥 끝에 남아 먹을 수 없었던 가죽을 입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농경생활을 시작하고 개발된 작물법을 통해 만들어진 천은 획기적이었다. 동물을 죽여야만 얻을 수 있었던 가죽과는 달리 무척 쉽게 얻고 만들 수 있는 것이었다. 가죽은 자연스레 뒤로 밀려났으나, 특수한 경우에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도구다. 최근 이 가죽은 작은 공방들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가죽은 때론 지갑이 되고, 때론 허리띠가 되고, 때론 구두가 또 때론 구두가 되었다.
 

 

 

고전의 향을 세련되게 더하다, 라피네 가죽공방

 

 

 


라피네 가죽공방은 ‘오랜 세월을 지니고 있어도 그 가치를 발휘하는 가죽’제품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공방이다. 바늘과 새들스티치. 그리고 몇 종류의 가죽. 공방은 이를 통해 안경케이스, 카드지갑, 지갑, 시계줄, 가방, 브리프케이스, 여권 케이스, 펜케이스 등 가죽 소재 특유의 특징들이 녹아든 멋진 제품들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판매자이며, 제작자이며,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교육자이기도 하다. 정기 수업과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수많은 크래프터들을 길러냈다. 실리콘과 플라스틱,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그 모든 것들에 질렸다면 이번 주말, 의정부를 찾아 가죽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자. 클래스가 끝나고 당신 손에 쥐어져 있는 물건만큼 세련되고 클래식한 게 없을 테니까.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칠 수 있으며, 때로는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거친 후에 결과물을 보는 일만큼 짜릿한 일은 없다. 토요일 아침에 자는 늦잠만큼, 친구들과의 술 약속만큼, 또 6시가 되자마자 하는 퇴근보다 훨씬 더. 혹시 이번 주말도 그냥 침대 속에서 보낼 계획이었다면 IXDesign과 함께 무엇이라도 만들어보자. ‘이번 주말에 뭐 했지’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따위의 생각이 들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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