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am Letch - Hillside - SAOTA

 

지붕

높은 곳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눈을 들어 위를 보면 천장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우리가 눈과 비를 맞지 않게 해주고, 찬바람과 따가운 직사광선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은 천장처럼 보이지만, 사실 건물 밖에서 묵묵히 눈과 비를 맞아가며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것은 바로 지붕이다.

 

Ⓒ BRUCE DAMONTE - TRIPLE BARN - MORK-ULNES ARCHITECTS

 

건축물의 지붕은 실내 공간을 쾌적하게 유지해주기도 하고, 외부에서 보는 건물에 각자의 특색을 부여한다. 비록 기후와 경제, 심미성과 건축기술에 따라 소재와 형태를 달리해온 지붕이지만, 그 본질은 늘 단 하나였다. 실내 공간의 우리를 보호해주는 것. 오늘 우리가 살펴볼 건축구조물은 집의 가장 높은 곳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지붕이다.

 

Ⓒ Ivo Tavares - Arch House - Maria João Fradinho

 

건축 기술이 무수한 발전을 이루기 전, 초창기의 지붕은 짚, 억새 잎, 갈대나 나뭇가지 등을 엮어 만든 초가지붕이었다. 이 유형의 지붕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거나, 뾰족하게 높이 솟은 모습을 하고 있다. 초가지붕 위로 비나 눈이 내리면 자연스럽게 빗물이 흡수되거나 경사면을 타고 흘러내리기 때문에 실내의 사람들은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원뿔 형태의 초가지붕은 현재까지도 아프리카 초원이나 벽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비록 비가 새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도 없고, 해충이나 병균 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주변의 흔한 재료들로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도 널리 사용되는 것이다.

 

Ⓒ Ivo Tavares - Arch House - Maria João Fradinho

 

건축을 위한 석재 가공 기술의 발달과 벽돌을 굽는 법이 발견되면서 기와, 벽돌 지붕이 등장했다. 이런 유형의 지붕은 짚으로 얼기설기 엮은 초가지붕보다 방수성이 좋고, 외풍을 막아주는 효과도 탁월했기 때문에 좀 더 여유 있는 계층에서 널리 사용했다.

 

조선 시대에 기와집에 산다는 것은 부의 상징이기도 했다. 기와로 지붕을 올리면 지붕의 하중이 높아지다 보니, 이를 지탱할 만큼 두껍고 튼튼한 목재 기둥, 보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당시의 사람들은 기와집이냐 초가집이냐를 통해 다른 사람의 가세를 가늠하기도 했다.

 

Ⓒ Hotel Marques De Riscal

 

‘지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ㅅ자로 경사진 형태의 지붕을 많이 떠올릴 것이다. 지붕의 경사도는 지역의 기후, 특히 강수량에 따라 달라지곤 한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는 가파른 경사의 지붕을 얹어 빗물을 빨리 흘려 내리도록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비가 많이 내리는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뾰족한 지붕의 건물들이 많지만, 중동 등 비가 적게 오는 지역의 건물은 지붕의 경사가 완만하거나 평평하다.

 

Ⓒ Ivo Tavares - A Casa do Campo Lindo - REN ITO ARQ

 

근대 건축에는 다양한 형태의 지붕이 있다. 한쪽 면으로만 경사진 외쪽지붕이나 건물의 중앙으로 경사진 면이 모이는 박공지붕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 외에도 삼각 형태의 면 두 개와 사다리꼴의 면 두 개가 만나는 모임지붕, 네 개의 삼각형이 하나의 꼭짓점으로 만나는 네모지붕 등, 전통적인 유형의 지붕에서부터 M지붕, 톱니지붕, 솟을지붕, 눈썹지붕 등 다양한 모양의 지붕이 존재한다. 돔과 첨탑 등의 지붕은 종교 시설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지붕을 만드는 방식이 다채로워지면서, 건물에는 각각의 특징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또 권력자들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형태와 색깔의 지붕을 사용해 그들의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 Yoshio Masuda - Dining Table - Tsubasa Iwahashi Architects

 

파리 도시공학 학사원의 교수이자 철학자인 Thierry Paquot는 지붕을 두고 ‘우주의 문턱’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비록 지붕의 주요한 목적은 우리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하늘과 맞닿으며 그곳으로 연결된 통로로 바라보는 시선도 충분히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장’이 하늘보다 가까이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면, ‘지붕’은 우리보다 하늘에 가까운 곳에서 하늘에 닿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 One & Only Cape Town

 

높은 곳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지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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