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한 감각으로 현상을 읽어내고, 이를 건축적으로 새롭게 구축하다. 전아키텍츠 전성은 대표 건축가

 

전성은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 건축전시기획자이면서 교육자이다. 현재 ㈜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대표로서, 한국건축사, 서울시와 세종시 공공건축가이다.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의 겸임교수이며, 한양대학교 건축학과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에서 다년간 건축설계를 가르쳐 왔다. 대표작으로는 SANVITALE, WING’S VALLEY, MASION K 등의 주거 공간 프로젝트와 대구가톨릭대학교 김종복 미술관 등 다수의 미술관/전시공간 프로젝트가 있다. 지난 2010년부터는 다수의 공공 건축 현상설계를 통해 건축가로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주)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방배본동주민센터리모델링 - © 윤준환 사진작가

 

Q. 전성은 건축가가 건축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배경이 궁금하다.

 

A. 중학교 2학년 때, ‘공간 사옥’, ‘해외개발공사 사옥’, ‘경동교회’를 보고 ‘이 건물들은 모두 한 사람의 건축가가 설계한 것이 아닐까’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다. 지금처럼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관심을 가지고 찾다 보니 모두 김수근 건축가의 작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처음으로 ‘건축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건축가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족들 중에 건축을 하시는 분도 아무도 없었고, 부모님도 반대하셔서 학부 때에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래도 건축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계속 있어서,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민앤드어쏘시에이츠에서 8년 동안 설계 실무를 익히고 그 후 대학원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도 삼우설계, 한건축사사무소 등에서 일하며 더욱 경험을 쌓다가 2007년, 40세라는 늦은 나이에 유학길에 올랐다. 콜럼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건축디자인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09년 가을에 한국으로 돌아와 현재 ‘전아키텍츠’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세상숲 건축도시네트워크’라는 사무소를 개소했다. 건축에 몸을 담은 것이 91년도부터니까, 벌써 30년이 되어간다.

 

(주)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김종복미술관 - © 김재윤 사진작가

 

Q. 전아키텍츠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A. 전아키텍츠는 건축을 발생시키는 순수 현상과 지각(知覺)에 주목하고, 그 인식과 선택적 결정, 그리고 그것에 반응하는 인간 감성과의 상호작용을 재해석한 새로운 건축적 소통과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주택과 공동주택 등 주거공간 프로그램에서부터 미술관이나 전시관 등 전시 기획, 전시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건축작업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한다. 특히 최근에는 공개현상설계경기를 통해 공공건축분야 작업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주)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광복70년 주택70년사 - © 김용관 사진작가

 

Q. 어떤 요소로부터 건축과 공간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얻는 편인가?

 

A. 새로운 건축이 탄생하는 순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건축 요소에 의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의식을 건드리는 인식과 상상력, 파편과 형세에 나타나는 무한한 가능성들에 의해 재편집되는 과정에서 나온다. 전통적인 건축관으로 보면 이것은 건축이 아니라고 평가될지도 모른다. 건축의 새로움을 만난다는 것은 아주 미세한 감각으로 현상을 읽어내고, 그것을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기술로 새롭게 구축하는 것. 건축의 새로움이란 그렇게 찾아온다. 한편, 가끔은 미술관에서 집중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하는 아티스트들의 작업, 예술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건축은 Broad하고 Wide하면서 복합적이어서 ‘영화’ 같다고 본다면, Fine Art는 하나의 집중된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심층적으로 사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영감을 얻는다.

 

(주)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장소의재탄생 - © 윤준환 사진작가

 

Q. 전시 기획에도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있다.

 

A. 미술관, 전시관 등 전시 공간은 전보다 더 많아지고 규모도 커졌지만, 큐레이터들이나 그 공간을 통해 작품 세계를 보여주려는 작가들을 만나다 보면 이런저런 불편 사항들이 많다. 전시 공간은 어디에 목적과 가치를 두고 있는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술관은 마치 ‘미술관은 이래야 한다’고 정해지기라도 한 듯 똑같이 설계되고 기획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전시공간 작업을 더 잘하고 싶어서 연구도 하고 전시 기획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제는 우리가 주로 하던 주거 공간 프로그램만큼이나 전시공간 프로그램도 많이 하게 됐다. 전시 공간 건축/기획 외에도, 개인적으로는 건축물이 아닌 Fine Art에 가까운 드로잉 전시회를 작년에 열기도 했다. 내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 심상에 관한 사유를 전시를 통해 대중과 나눌 수 있어서 즐거운 경험이었다. 올가을에도 초대전이 예정되어 있다.

 

(주)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Medit Cafe - ⓒ 김용관 사진작가

 

Q. 건축을 가르치는 일도 오래도록 해왔다고 들었다. 현업에서 건축 설계를 하는것과, 이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A.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건축 입문자들을 대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를 통해 혹여나 잃어버릴 수 있는 본질에 대해 더 깊게, 자주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또, 건축적으로 실험해보고 싶었던 부분, 추구하는 바를 학생들과 같이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나에게도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 학생들과 만나는 시간도 즐겁고, 학생들도 교수로서 나를 괜찮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웃음)

 

(주)전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Medit Cafe - ⓒ 김용관 사진작가

 

Q. 최근 한국 건축계의 여러 화두들 중,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A.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긴 하지만, 분명 공공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사회는 공공 건축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 향유권을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의식 있는 건축가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필요로 하는 공간, 단지 기능적인 공간이 아닌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도시에서 공공성은 단순히 공공의 영역에만 있지 않다. 사유의 영역에서도 공공성의 확대가 더 좋은 공간, 더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개인적으로는 ‘생각 있는 공공 공간’이 지금보다도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본다. 이것의 실천에 있어서는 강압이나 제약이 아닌 ‘건축적 넛지(Architectural Nudge)’를 제공하는 것이 건축가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최근 한국의 건축가들과 디자이너들은 넘치는 재능과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 건축적 접근에 대한 철학도 상당한 수준이다. 때문에 그동안은 개발 논리에 집중하며 건축, 도시를 바라보았다면, 앞으로는 사회 전반에 걸친 공공 건축에 대한 관심을 통해 우리에게 더욱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 건축과 도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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