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미래, TEO YANG STUDIO 양태오 대표

 

양태오 디자이너는 시카고 미술대학(School of the Art)에서 실내건축과 캘리포니아의 아트센터 디자인 대학(Art Center College of Design)에서 환경디자인을 전공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마르셀 반더스(Marcel Wanders)의 스튜디오에서 호텔과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며 그의 디자인 세계를 조금씩 펼쳐보았다. 그 후 서울로 돌아온 그는 북촌 한옥마을에 위치한 한옥 청송재에 스튜디오를 오픈하여 ‘과거의 미래’라는 디자인 목표를 가지고 한국적 전통의 아름다움을 동시대적으로 표현하고 알리는 데에 힘쓰고 있다. 북경주중문화원, 롯데월드 타워와 국제 갤러리 등의 다양한 공간 디렉팅 프로젝트를 통해 모던한 전통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는 그의 작업은 Wallpaper*, Elle Decor, Monocle 잡지 등 해외 미디어를 통해서도 널리 소개되고 있다.

 

ⓒ Shim Youn Suk, Teo Yang Studio - 롯데월드타워

 

ⓒ Shim Youn Suk, Teo Yang Studio - 롯데월드타워

 

Q. 세계적인 디자이너 Marcel Wanders의 스튜디오에서 일을 처음 배웠다.

 

A. 원래 Marcel Wanders의 광적인 팬이었다. 거의 스토커 같은 수준이었다. 그의 스튜디오에 인턴십 지원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제출했을 때에도 좀 당돌한 마인드였다. 왜냐하면 나의 포트폴리오는 그에 대한, 그를 위한 작업 그 자체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뭐, ‘나 아니면 누굴 뽑을 건데?’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웃음). 물론, 막상 그의 직원으로 일하게 됐을 때는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부분도 많았지만. 아직도 Marcel Wanders는 이시대에서 가장 훌륭한 디자이너 중 하나라고 본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그가 Dutch Design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는 그의 뿌리, Dutch Design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것이 없고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그는 컨템포러리함이 무엇인지, 이 시대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Marcel Wanders의 작업에는 그가 가지고 있는 Heritage에 대한 깊은 연구와, 전통적인 요소에 예술적인 컨템포러리함을 불어넣는 그만의 타고난 감각이 깊게 배어있다.

 

Q. 귀국한 후 TEO YANG STUDIO를 설립한 지 10년이 넘었다.

 

A. Teo Yang Studio는 내가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 2009년에 문을 연 디자인 스튜디오다. 어느새 10년을 넘겼는데, 지금과 달리 막 시작했던 초반에는 확고한 철학이나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당시의 나는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면서 서양의 것, 예쁜 것을 잘하면 디자인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생각으로 한 3, 4년 정도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는 디자인만을 하다 보니, ‘그게 디자인이 아니었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더라. 디자인은 우리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해주는 도구다. 그런데 나 또한 이런 문제점에 대해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디자인이 아닌, 문제 안에 머물며 문제 자체에 동조하는 디자인을 그동안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조금 더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하고, 21세기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이너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들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디자인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 Shim Youn Suk, Teo Yang Studio - 태오양스튜디오

 

ⓒ Shim Youn Suk, Teo Yang Studio - 태오양스튜디오

 

Q.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

 

A. 이곳 한옥으로 오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유산이 있는데, 왜 한옥, 한국의 미학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았을까. 왜 그동안 소홀했을까 자책도 했다. 또, 유학을 하던 당시에도 ‘내가 가지고 있는 Heritage를 진작 공부하고 연구했으면 지금 알고 있는 것을, 하고 싶은 것을 그때 훨씬 더 빨리, 쉽게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 생각이 들기도 했다 .

 

ⓒ Shim Youn Suk, Teo Yang Studio - 이스라이브러리

 

ⓒ Shim Youn Suk, Teo Yang Studio - 이스라이브러리

 

Q. 한옥과 우리의 유산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A. 나는 전통예찬론자도 아니고 무조건적으로 전통을 이어가려는 사람도 아니다. 그저 과거, 현재, 미래라는 흐름이 있는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하고 싶을 뿐이다. 물론 내가 한국인이기 때문에 우리가 과거부터 간직해왔고, 현재에도 간직하고 있는 다양한 유산들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서 미래에 안전하게 가져다주고 싶다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동시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다는 나의 생각, 디자인을 두고 불편한 시선들도 많더라. 어떤 사람들은 이곳 청송재를 보고 ‘그곳은 한옥이 아니다’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면 무엇이 한옥의 모습일까? 한옥이나 모든 건축에는 어떤 영혼과 DNA가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공부는 선행되지 않고, 특히 최근 한옥이 유행처럼 주목받으면서 외관, 모습, 소재에만 포커싱이 맞춰지다 보니 정작 ‘본질’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나는 본질이 살아있으면 형태는 얼마든지 바뀌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 Shim Youn Suk, Teo Yang Studio - 알토카페

 

ⓒ Shim Youn Suk, Teo Yang Studio - 망향휴게소

 

Q. 청송재를 비롯해 국제갤러리, 알토카페 등 많은 공간 디자인 작업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중 망향휴게소 화장실 개선 프로젝트는 조금 독특한 것 같다.

 

A. 망향휴게소 개선사업은 한국도로공사에서 휴게소 화장실 모델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이 와서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다. 한국도로공사의 직원분들과 전국의 휴게소 화장실을 다 돌아다니면서 리서치를 했다. 경부고속도로 망향휴게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휴게소 중 하나고, 가장 많은 인원이 사용하는 휴게소라고도 하더라. 나는 망향, 천안이라는 지역성이 담긴 화장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천안 향교의 건축적인 특징을 화장실이라는 공간에 풀어내고, 천안 투어리즘의 안테나가 될 수 있는 공간을 기획했다. 이렇게 화장실을 만들어놓고 나니 명절에는 SNS에 화장실 셀카도 많이 올라오고, 이용객들이 화장실을 더 깨끗하게 사용한다더라. 그런 걸 보면 참 뿌듯하다.

 

ⓒ Shim Youn Suk, Teo Yang Studio - 바쉐론콘스탄틴

 

Q. 한국의 미학을 알리고자 세계적인 브랜드들과도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A. Fendi와는 Design Miami에서 같이 전시도 하고, 작년에는 Wallpaper*와 함께 Handmade fair에 참여했다. 또 Vacheron Constantin과 협업해 우리나라의 석탑을 가장 현대적 기술인 3D프린팅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전시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최근에는 영국의 수제 벽지 브랜드 De Gournay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컬렉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매번 서구권 브랜드들과 협업하며 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미학을 보여주려 하다 보면, 아직 우리의 것을 ‘제 3세계 미학’ 정도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일본의 Zen 스타일, Wabi-Sabi라든지, 중국의 미학,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그런 시선과 인식을 극복하고 싶어서 계속 공부도 하고, 여러 브랜드와 컬레버레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Q. Teo Yang Studio의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A. 우리 스튜디오는 ‘과거의 미래’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우리의 전통 유산이 더욱 동시대적이고 미래적인 힘을 갖출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내가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결과물들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도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Q. 앞으로 10년 뒤 Teo Yang Studio는 어떤 모습일까?

 

A. 10년 뒤는 상상하기도 어려운데. 나는 아직도 이제 막 시작한 디자이너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서야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게 된 것 같고, 이제서야 생각이 정리된 것 같다. 그것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욱 공부를 많이 해서 깊이 있는 디자인을 보여드리는 모습이 10년 뒤에도 지속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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