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없는 창의력, 독창성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디 자인 스튜디오 김종호 대표

 

미국 유타주립대학교에서 환경설계학과를 졸업하고 영국과 미국에서 건축, 환경설계학 박사 과정을 거쳤다. 이후 해외에서 실무를 쌓다가 귀국해서 1999년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ASID(미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협회) 선정 <세계의 뛰어난 디자이너>에 아시아인로서는 최초로 소개된 바 있으며, 다수의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KOSID(한국실내건축가협회)의 회장을 역임한 후 지금까지 명예회장을 맡아 공간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자극과 영감을 주고 있다. 대표 프로젝트로는 MACAO PARADISE HOTEL, INTERCONTINENTAL KUMHO ASIANA SERVICED RESIDENCE, GT TOWER 등이 있으며, 최근 국내 최초의 웰니스 호텔 PARK ROCHE 프로젝트를 통해 IF DESIGN AWARD 인테리어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새턴바스 전시장

 

63 F&B Renewal

 

GT TOWER

 

Q. ‘디자인 스튜디오’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디자인 스튜디오는 내가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서 1999년도에 설립한 건축/인테리어 스튜디오다. 디자인을 매개로 하는 전문가들의 집단을 만들고자 문을 열어 어느새 20년이 됐다. 디자인 스튜디오는 크게 설계본부, 기술부서, 경영부서로 이루어져 있다. 약 65명의 유능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하이엔드 레지던스나 호텔 프로젝트에 특화되어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는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디자인에 대한 꿈이 있고, 끼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오고 싶은 회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특히 고급 주거 공간, 호텔이나 리조트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김종호 대표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작업이 있다면 무엇이었나?

 

A. 종종 매체에서 받곤 하는 질문인데, 답하기 쉽지는 않다. 물론 주거 프로젝트 중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명확히 밝힐 수 없는 VIP들의 주택, 펜트하우스 작업이 대다수다. 그 외에도 디자인 스튜디오는 우리나라의 인테리어 사무실 중에서 해외의 Hospitality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해본 스튜디오 중 하나일 것이다. 베트남 인터콘티넨탈 호텔, 마카오의 마스터플랜 프로젝트 두 개, 일본의 프로젝트와 작년까지 1차, 2차로 작업했던 하와이의 콘도미니엄 프로젝트 등 많은 프로젝트들이 기억에 남지만, 최근까지 포함하면 아무래도 평창의 PARK ROCHE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PARK ROCHE 메인 로비

 

Q. 작년 PARK ROCHE 프로젝트로 iF Design Award 인테리어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한다.

 

A. PARK ROCHE는 지난 2018년 평창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을 위한 호텔 프로젝트였다. 기한은 올림픽 전까지 완공이었는데, 여러 가지 일정도 있고, 중간 단계에서 프로그램이 변했기 때문에 매우 촉박했던 작업이었다. PARK ROCHE는 처음부터 호텔로 계획된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흔히 하는 콘도 식으로 개발하던 중에 호텔 프로그램으로 바뀐 케이스다. 때문에 그동안 해왔던 설계가 다 무산되고, 기한 내로 설계를 완전히 새로 해야 했다. 설계를 새로 한다는 것은 결국 새로운 스토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는 PARK ROCHE가 자리한 ‘숙암리’라는 지명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찾았다. 이곳은 옛 맥국(貊國)의 갈왕(羯王, 가리왕)이 고된 전쟁을 피하여 정선 이 지역에 머물며 암석 밑에서 하룻밤을 유숙하고 숙면을 취했다 하여 숙암리(宿岩里)라고 불렀다고 한다. 또한, 이 지역에는 자작나무가 우거져 풍부한 자연요소를 즐기기 좋은데, 우리는 여기에서 모티프를 얻어 바위와 나무 등 주변을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을 내부 공간으로 끌어들여 ‘내부에서 외부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PARK ROCHE 시그니쳐 홀

 

PARK ROCHE 바

 

Q. PARK ROCHE는 우리나라 최초의 웰니스 호텔이라고 들었다.

 

A.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해 PARK ROCHE를 준비했지만, 우리는 올림픽 이후의 PARK ROCHE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사이트는 관광 요소라 할만한 것이 없는 시골이었기 때문에 호텔 자체가 경제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다가 웰니스 호텔이라는 해답에 닿은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 개념이 익숙지 않은데, 유럽이나 미국에는 이미 많다. 웰니스 호텔(Wellness Hotel)이란, 쉽게 말해서 호텔이 스테이(Stay)의 개념이 아니고 호텔 자체가 여행에서 최종 목적지(Final Destination)가 되는 곳이다. 호텔 밖으로 관광을 하러 돌아다니는 것이 목적이 아닌, 호텔 내에서 제공하는 여러 가지 힐링 프로그램을 통해 재충전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호텔이다. PARK ROCHE는 스파, 요가, 수면 센터 등 쉼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투숙객들이 자연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자연을 디자인적으로 내부 공간에 풀어내 공유하고자 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긴장이 풀리니까 한 달 정도는 앓았던 것 같다. 그래도 미디어에서 주목하고, 해외의 어워드에서도 인정해주고, 무엇보다도 클라이언트가 무척 만족했다는 것이 가장 뿌듯했다.

 

Boree Hotel BAR & CAFETERIA

 

Q. 공간과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공간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있다면?

 

A. 디자인은 창의적(Creative)이어야 하고, 독창성(Originality)을 갖춰야 하며, 늘 혁신(Innovation)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바로 소통(Communicaton), 특히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전제로 한다. 디자인은 응용예술이고,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가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직업이다.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이 없는 창의력, 독창성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다.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통해 그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클라이언트의 목적에 맞는 범위에서 창의력과 독창성을 가진 디자인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디자이너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젊고 야망이 넘치는 디자이너들을 보다 보면, 디자인 밸류를 너무 생각하다 보니 클라이언트가 필요로 하는 목적을 잊어버리고 디자인만 춤을 추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많이 보게 된다. 어떻게 보면 클라이언트를 이용해서 개인의 디자인적 욕심을 채우려다 보니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면, 이렇게 완성된 공간은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훌륭한 디자이너라면 스스로의 디자인적인 욕심을 자제할 줄도 알아야 한다.

 

 

Q. 김종호 디자이너는 현역 디자이너들 중 선배 디자이너에 속한다. 회사의 직원들이나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늘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겸손한 디자이너가 되라는 것. 디자이너는 자기 재주를 뽐내는 직업이 아니다. 좋은 디자이너는 내가 나의 실력을 뽐낸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목적에 부합하는 공간을 만들어서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하는지에 따라 남들이 평가해주는 것이다. 결국 좋은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가 만드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Boree Hotel LOUNGE

 

Q. 디자인 스튜디오와 김종호 디자이너에게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디자인 스튜디오는 많은 직원들의 팀워크를 통해 지난 20년간 발전해왔으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스튜디오에는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이상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우리의 작업 역시 여러 직원들의 팀워크를 통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앞으로도 나와 디자인 실장들의 팀워크, 실장들과 팀원들 간의 팀워크를 유지하면서 멋진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회사의 대표로서는, 언젠가 내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설계실의 본부장, 디자인 실장을 필두로 모든 직원들이 합심해서 더욱 멋진 디자인 스튜디오로 꾸려갈 수 있도록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는 그렇고,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을 조금 더 대중화하고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디자인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 길이 있다면 해보고 싶다. 지난 2014년, 아직 KOSID의 회장으로 재임 중일 때 강북구의 어느 경로당을 리모델링한 적이 있었다. 완성하고 나니 경로당을 찾는 노인분들이 생각보다도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보람을 느꼈다. 때문에 공간 디자인이든, 제품이든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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