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대상인 공간은 바라보는 것이 아닌, 우리가 머물고 숨쉬고 느끼는 것. 예인건축연구소 모정현 대표


연세대학교 실내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및 외국계 인테리어 회사에서 실무를 시작한 후 실무와 학업을 병행하며 연세대학교에서 실내환경디자인전공 석사 및 박사과정을 졸업하였다. 2007년부터 ㈜예인건축연구소를 설립하여 현재까지 주거공간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건설사와 공공기업의 주택 연구 및 디자인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제 22회기 사단법인 KOSID 회장으로 국내 실내건축의 질적 양적 성장과 후배 디자이너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 IM LEAU, The Sharp Central Park

 

Q. 모정현 대표와 ㈜예인건축연구소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대학을 졸업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27년간 공간 디자인 업계에 종사해왔으며, 주거 공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예인건축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모정현이라고 한다. 졸업한 직후 회사에 다니던 초반에는 호스피탈리티, 오피스, 클럽하우스나 상업 공간 등 여러 프로그램을 경험해보았지만, 주거 공간 프로젝트는 조금 뒤늦게 접하게 됐다. 당시 '주거 분야에서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2007년, 직원 한명과 주거 공간을 전문으로 하는 예인건축연구소를 시작하게 됐다. 예인건축연구소가 처음 문을 열었던 시기는 건설 시장에서 주거 공간에 대한 질적 향상, 변화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던 때였다. 때문에 단순히 주거 공간을 디자인만 하기보다는 실무와 함께 대학원에서 사회 환경과 주거의 변화, 그 방향성에 대한 연구 또한 병행하며 R&D에 기반한 작업도 많이 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도 주거를 대하는 인식 변화에 민감한 1군 건설사의 주택 상품개발팀, LH, SH, 서울시 등 공공기관에서 우리 회사를 찾는 일이 많아지며 불과 10년 동안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 IM LEAU, The Sharp Central Park

 

Q. 예인건축연구소는 유닛 디자인 등 주거 프로젝트를 주로 다루고 있다.

 

A. 내가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 늘 하는 말이 있다. 바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결국 삶을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공간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머무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많은 경우에 상업 공간이나 전시 공간처럼 시선을 끄는 공간에서 감동이나 행복을 찾았던 것 같다. 일상에 지치고 힘들 때 멋진 레스토랑이나 카페, 여행지의 리조트와 호텔을 상상하는 것처럼. 그러나 주거 공간이야말로 우리가 감동과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고, 주거 공간 디자인은 그만큼 다른 공간 디자인보다 어려운 작업이라고 본다.

 

Q. 지난 10년간 국내 주거 환경에 있어서 새로운 키워드가 등장하고, 집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예인건축연구소는 주거 환경에 대한 변화의 시기를 겪으며 성장해온 회사로서, 이를 바라보는 예리한 시선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A. 국내의 주거 공간 디자인은 과거 '양적 성장'을 이루던 시기를 거치며, 밀레니엄 시기 이후로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시기를 겪고 있다. 또한, 가족 구성원의 변화와 저출산,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는 기존 주거 공간의 전통적인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유형의 주거공간에 대한 필요를 대두시켰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우리는 주거 공간에 대한 질서 개편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따라 거시적인 측면의 주거공간 계획에서부터 한 가족의 삶을 완성하기 위한 마무리 단계까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 Yein, Golf Villa

 

Q.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인 유행은 우리의 주거 환경을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게 할까?

 

A. 작년 한 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자택 근무, 온라인 학습 등 사람들이 주거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증대되고 주거공간에 대해 전과 다른 새로운 니즈들이 발생한 시기였다. 그 중 몇 가지를 꼽자면, 주거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훨씬 증대되었다는 것, All in Vill, All in Room 등으로 대변되는 주거공간의 다기능화가 있겠다. 특히 다양화된 가족 구성원의 형태와 더불어 고정된 공간구조보다는 거주자의 요구에 따라 다변화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사람들이 외부로 나가는 시간이 줄어듦에 따라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의 요구가 대두되고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갑갑하게 닫혀있는 공간보다는, 공동주택이라 하더라도 테라스 등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구조나 채광이 좋은 주거 공간 내 다이닝 공간 등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거 환경에 있어서 커뮤니티 공간에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공동 주거 환경에서 커뮤니티 공간은 여러 거주자가 함께하는 공간인 동시에 일반적 주거 공간 내에서 누리기 어려운 기능들, 주로 건강과 문화,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이러한 공간이 하나로 열리기보다는 거리 두기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재편되는 것이 주요한 특성이라 할 수 있다.

 

ⓒ Duo Studio, THE H Xi

 

Q. 공간과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있나?

 

A. 앞서 언급했듯, 나는 디자인의 대상인 공간은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머물고 숨 쉬고 느끼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의 대상으로서 공간은 마치 멈추어 있는 객체 같지만, 사실은 살아있는 객체로 보아야 한다. 공간 디자인은 공간을 둘러싼 자연, 문화, 시간과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 그 사람과 공간 간의 상호작용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한편, 공간 디자인 역시 다른 영역의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관습에서의 문제점을 보고 잘못된 고정관념을 탈피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탄생시키는 등 발전해나가는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여기에는 끊임없는 연구와 상상력, 도전이 필요하며, 마지막까지 열정과 근성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 공간 디자이너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 중 하나라고 믿는다.

 

ⓒ Yein, The H Edelui_

 

Q. ㈜예인건축연구소와 모정현 디자이너에게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A. 예인건축연구소의 설립 이후 10여 년간 하나의 분야에 집중한 결과, 디자인만으로도 회사의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우리 회사는 주거 분야에서 재능이 넘치는 많은 디자이너를 보유한 든든한 디자인 회사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주거 분야에서 우리의 디자인 능력을 인정받은 것처럼, 앞으로의 10년은 점차 다른 공간으로 도전하고자 한다. 어떤 공간이든 현재 우리가 주거 프로그램을 대하는 자세처럼 기존의 디자인에 만족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하나하나 고민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새로운 공간을 탄생시키며 우리의 능력을 펼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올해 22회기 한국실내건축가협회의 회장을 맡게 되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실내디자인 분야의 준비와 대응이 매우 중대한 시점에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책임감을 가지고 디자이너의 권익 향상과 더불어 언택트 시대를 대비한 미래전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보다 스마트하면서도 모든 세대의 디자이너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협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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