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천정과 벽을 노출시켰고 손수 칠한 페인트는 깔끔하고 심플하기만 한 최근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안쪽에는 데크를 올려 8살 아들이 비밀 책장에서 책을 꺼내어 보거나, 해먹에서 잠을 자며 하루를 마감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최근의 주거공간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정돈된 북유럽풍이 대세고, 대부분의 가정집 인테리어는 그 유행을 따르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평소에도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천편일률적인 것’들을 거부하던 최유리 씨는 ‘주거공간이란 오롯이 집주인의 취향이 드러나야 할텐데, 모두가 제각각인 사람들은 왜 남들과 비슷한 집에서 살고 싶어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의문은 그녀의 예술가적 기질, 저돌적인 성격과 맞물렸고, 그녀가 찾아낸 대답은 곧 그녀와 가족들의 집 Café M이 되었다.

 

주방 해외 어딘가 시골마을의 레스토랑에서 본 것 같은 풍의 주방은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공간이다. 식탁이나 하부장은 직접 제작했고, 흔히 보이는 이케아의 트레이 같은 기성품들도 그대로 쓰기보다 직접 칠을 더하는 편이다.


 그 후 벌써 4차례 이사를 하면서 서동탄에 4th Café M을 꾸민 최유리 씨는 매번 이사할 때마다 그녀의 취향이 듬뿍 묻어나는 빈티지한 느낌의 Café M을 만들어왔다. 주거공간을 떠올릴 때 흔하게 예상하는 이미지보다는 여행지의 숙소나 카페의 컨셉으 로, 이야기가 있는 하나하나의 소품들로 공간을 채우고 싶었던 그녀는 이따금 유럽 등지로 여행을 자주 떠나는 편인데, 프랑스의 에펠탑 같은 관광명소보다 거리의 낡고 오래된 것들에 주목한다고.

 


 

작업실 가정집이라고 보기엔 여느 전문 공방과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에서 그녀는 여러 수공예 제품을 손수 만들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면 유명 브랜드의 쇼핑백을 들고 돌아오곤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여행지의 플리마켓이나 거리의 멋진 간판, 유리병 같은걸 눈여겨 보고 괜찮은 소품이 되겠다 싶으면 신줏단지 모시듯 잘 포장해서 집으로 가져와요.” 이렇게 하나둘씩 모은 집안의 소품들은 새것이 아직 품지 못한 저마다의 이야기와, 그 흔적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오래된 물건들은 좀 더 삶의 냄새가 나고 정이 간다. 

 

 

 

아이방 좁은 방임에도 침대와 놀이 공간, 책을 좋아하는 아들의 독서공간을 모두 배치할 수 있었던 것은, 낮에는 침대를 수납할 수 있고 밤에는 침대를 꺼내 쓸 수 있도록 직접 만든 목공 데크 덕분이었다. 아이방 인테리어는 매번 직접 스케치한 뒤 아들에게 ‘컨펌’을 받아야 한다.

 

셀프 인테리어 테마로는 1세대 블로거이기도 한 그녀는 목공, 도장, 패브릭까지 손수 못 하는 것이 없어 셀프 인테리어 계의 대선배라고 불려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 그녀에게도 셀프 인테리어 이전의 철거작업처럼 먼지가 많이 날리고 고된 육체노동은 매번 힘든 일이지만, 그 이후 공간을 꾸며가는 과정은 힘들기보단 재미있는 작업이라고 한다. 취미로 시작한 셀프 인테리어를 거듭할수록 작은 소품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결국 이런 활동은 로가닉(Rawganic: 날것의 Raw + 유기농의 Organic), 업사이클 등 패브릭과 가죽 공예 소품들을 만들어 온라인상에 판매하는 그녀의 현업으로 이어졌다.

 

 

안방 침실은 수면만을 위한 공간으로, 이런저런 가구를 많이 배치하지 않았다. 유행과는 거리가 먼 실링 팬이나 인더스트리얼 컨셉의 파이프 조명 등 모두 그녀의 취향을 드러낸다. 천정을 터서 사이가 살짝 뜬 곳은 책들을 채워 넣어 감각적인 책꽂이로 꾸몄다.

 

‘감사하게도 작품들은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자면 빈티지에 관심이 없었거나 명품을 고집하는 이들도 사로잡고 싶다’는 그녀는 누구보다도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과 그녀의 삶 자체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월이 만든 흔적이 여기저기 덧입혀져 있는 오래된 것들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진 최유리 씨는 오늘도 4th Caféé M의 한쪽 벽면을 ‘째려보고’ 있을 것이다. 이 벽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담을까, 어떤 여행지를 담을까 고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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