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감염 지속세가 멈추지 않는 요즘, 어딘가로 떠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빌딩숲이 둘러싼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요한 씨의 집은 예외일지도 모른다. 한적한 유럽 시골 마을의 집과 다락방을 떠오르게 하는 공간에서 날씨가 좋은 날이면 문을 활짝 열고 테라스로 나와 북한산과 인왕산을,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과 계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인터넷 셀러이자 FD를 병행하며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요한 씨는 반려묘 심바와 함께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낡고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층고가 낮은 박공지붕과 엔틱한 느낌의 아치형 문, 뻐꾸기 창까지 요즘에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는 요한 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집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자연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오랜 시간 발품을 팔아 발견한 이 집을 포기할 수 없었다.
 
요한 씨는 6개월 정도 유럽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의 기억과 경험이 인테리어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래된 것을 소중히 여기는 그들의 문화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렸던 홈파티의 추억은 집안 곳곳 고스란히 남아있다. 집이자 작업실인 요한 씨의 공간에는 여러 사람이 방문하기도 한다.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도 좋아하기에 많은 사람을 아우르면서도 넓은 작업 공간을 확보하는 데 커다란 우드슬랩 테이블은 더할 나위 없었다. 상판부터 다리까지 아버지와 함께 직접 제작한 테이블은 공간의 시그니처 가구가 되었다. 집을 꾸밀 때 중요히 여기는 요소 중 하나로 그림을 꼽은 그의 집에서는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바스키아의 그림을 오마주한 작품부터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선물 받은 작품까지, 무심한 듯 자연스레 배치된 그림들은 공간의 매력을 더해준다. 인터뷰 끝에 요한 씨에게 초보자들을 위한 인테리어 팁을 물어보았다. “시작이자 베이스가 되는 공간을 잘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반드시 최근에 지어졌다거나 현대적인, 깔끔한 공간에서만 좋은 인테리어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정형화되지 않더라도 자신한테 어울리는 공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너무 급하게 집을 찾기보다 여유를 갖고 천천히 찾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했다면 하나의 뚜렷한 콘셉트를 정하고 그 안에서 조금씩 인테리어를 시도해보세요.”
 
 
 
 
거실 우드슬랩 테이블을 비롯한 빈티지한 원목가구들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은 층고와 노출된 박공지붕, 화이트 컬러의 베이스로 꾸민 거실은 다락방을 떠오르게 한다. 20여 개국을 여행하며 수집한 개성 강한 오브제와 그림 등이 조화롭게 배치되었다. 산을 가까이 두기 시작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집안 곳곳에 식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테라스 북한산과 인왕산을 바라볼 수 있는 테라스. 선물 받은 베드 테이블은 갖고 있던 침대와 맞지 않아 고민하다가 테라스에 배치해 색다른 커피 테이블로 완성됐다.
 
 
 
 
작은방 산뜻한 블루 컬러로 포인트를 준 작은방은 다른 공간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집에 손님들이 자주 오는 만큼 게스트룸으로 활용할 계획이기에, 아직 변화할 가능성이 많은 공간이다.
 
 
 
침실 최소한의 가구만 배치한 안방은 화이트&우드 콘셉트로 거실의 톤앤매너를 그대로 가져왔다. 방안에 자리한 뻐꾸기창은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책을 보는 등 요한 씨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이다. 이사를 왔을 때 창의 컨디션은 최악이었지만, 도배지와 기존 창을 모두 뜯어내어 개방감을 살리고 편백으로 마무리해 새롭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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