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의 이사를 거치며 셀프 인테리어의 달인이 된 혜정 씨는 이 집으로 이사하며 인테리어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었다. 여러 번의 이사와 인테리어를 직접 해오면서 깨달은 혜정 씨의 취향은 군더더기 없는, 한편으로는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공간이었다. 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본의 한 리빙 브랜드 콘셉트를 오마주해 따스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깔려 있고, 선과 각이 살아있는 정형의 디자인과 모듈화된 가구들을 구매해 깔끔한 인상을 준다. 현관과 중정은 단독주택의 외벽과 같은 소재로 구현하고자 타일로 마감을 하였고, 각 화장실은 최소한의 소재를 사용해 수납과 기능까지 모두 챙겼다. 혜정 씨는 SNS에 가득한 다른 집처럼 소품에 심혈을 기울이거나 열정적으로 수집하지는 않는다. 어설프게 꾸미는 걸 연습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덜어내기에 집중한다. 역할이 중복되는 품목들은 겹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고민하는 그녀의 습관은 비단 소품뿐 아니라 생필품에도 적용돼 각 공간에는 불필요한 물건이 차지하는 일이 거의 없다.
물건을 구매할 때 굉장히 많은 검색과 공부를 하는 그녀는 보여지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녀는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특색 있는 공간에 방문하면 인상 깊었던 점을 기억해둔다. 이런 노력들이 은연중에 드러나 어디서 본 적 없는 나만의 취향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겪으면서 SNS에서 자주 노출되는 이미지들이 마치 내 취향인 것처럼 느껴져 속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어 혜정 씨는 지금 당장 구매하는 물건부터 내 취향껏, 신중하게 고르기를 추천한다. 당장 적당히 쓰자는 생각으로 구매하다 보면, 그 쓰임새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현실에 타협하는 인테리어를 하게 된다. 시각적인 가치를 누리는 인테리어를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마음에 드는 제품 구입하고, 그 가치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인테리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내 취향을 고집하고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셀프 인테리어의 만족도를 높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Living room
가족이 둘러앉아 시간을 보내는 거실은 사이드보드, 소파, 라탄 장, 실링팬까지 따뜻함을 주는 우드 톤으로 통일시켰다. 브라운 컬러의 키즈 소파와 웜톤 계열의 쿠션, 소품들은 집안의 부드럽고 아늑한 무드를 한층 배가한다. 거실에 아이의 책상과 용품을 둔 배치는 요리를 하며 아이를 지켜볼 수 있고, 자연스럽게 책상에 앉아있도록 유도해 아이의 집중력을 키우고 거부감을 덜어주고자 하는 혜정 씨의 아이디어다.
Kitchen
대대적인 시공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공간이 된 주방공간이다. 주방에서도 잘 정돈된 선과 딱 떨어지는 각을 중요시하는 혜정 씨의 취향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기존의 넓은 현관을 줄이고 남은 자투리 공간에 가벽과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팬트리 공간을 만들었다. 수납공간을 확보한 만큼 상부장을 과감히 없애고, 혜정 씨의 로망이었던 대면형 주방의 꿈을 이뤘다.
커피를 사랑하는 혜정 씨답게 넓어진 아일랜드 식탁에 홈 카페를 즐길 수 있는 용품들을 두었다. 동일한 브랜드의 제품들로 선택해 주방용품들이 어지럽지 않고 하나의 오브제로 작용한다. 이사 오기 전 구매해 컬러감이 맞지 않는 냉장고는 주방 안쪽으로 두어 인테리어에 방해되지 않게 정리했다.
Master room
화이트 톤으로 마감된 깔끔한 안방은 베란다 중정과 바깥쪽의 큰 창으로 채광을 극대화했다. 넓은 벽면에 단차를 두고 아기자기한 소품과 가족사진들로 심심하지 않게 연출했다. 또한 블라인드와 암막 커튼을 이중으로 설치해 저녁에는 바깥 소음과 빛에 방해받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베란다로 난 창은 우드 톤의 몰딩과 블라인드를 설치해 아늑함을 챙기고, 코로나로 가족과 격리되어 있던 혜정 씨가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고 소통하는 창구가 되어주는 등 소소한 추억거리까지 만들어주었다.
room 2
친정 엄마가 생활하는 공간은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가구로 미니멀하게 꾸며졌다. 바닥과 가구의 컬러를 통일시켜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형성했으며,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는 통창을 통해 바깥의 계절을 느낄 수 있다. 숙면에 도움을 주는 플렉시블한 벽걸이형 램프로 라이프스타일의 품위를 더했다.
room3
고층 아파트에서 살았던 시절, 층간 소음 때문에 늘 주의를 주는 게 마음에 걸렸던 혜정 씨는 이 집으로 이사하자마자 아이가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장난감으로 가득한 키즈룸 바닥에는 소음방지 매트와 낮은 서랍장으로만 채웠다. 서랍장의 수납 박스를 사용해 색색의 장난감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고, 아이에게도 정리 정돈을 하는 올바른 습관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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