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앞 건축사사무소의 이번 프로젝트 ‘Planet of Wonders’는 화장품 제조사 사옥의 로비 한쪽에 카페와 전시, 상담 기능을 포함한 새로운 독립공간을 추가하는 작업이었다. 다소 경직된 분위기의 로비에 명확한 경계 없이 독립공간이 들어서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기성 공간과 새로운 독립공간을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다. 요앞 건축이 내놓은 대답은 아치 구조로 이루어진 경계를 넘어서면서 다른 세계, 혹은 다른 행성이 펼쳐지는 낯설고도 환상적인 장면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입구에 설치한 스테인리스 마감의 아치 기둥은 물결무늬로 반짝이며 낯선 공간을 향한 시작점이 된다.

 

 

 

 

 

전형적인 공간과 비전형적인 독립공간의 경계, 두 공간 사이의 대조적인 분위기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요앞 건축이 선택한 것은 아치형의 구조물이었다. 아치는 가장 간결하면서도 완벽한 구조체로, 비정형의 공간에 기하학적 요소들과 함께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요소다. 출입구에 세워진 스테인리스 마감의 아치 기둥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다시 한번 접하게 되는 백색의 단순 아치를 연속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전형적인 공간과 낯선 공간 사이의 유연한 경계를 완성했다.

 

 

 

실내 공간은 특정한 색이나 방향성을 갖지 않도록 계획했다. Planet of Wonders를 찾는 이들이 상상의 색을 입혀나갈 수 있도록 비워두어, 오히려 어떤 행성이든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창가의 알루미늄 골성형 타공판은 외부(현실)공간과 내부공간을 경계 짓는 필터가 된다. 타공판 너머로 외부공간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득한 꿈을 꾸는 듯 느껴진다. 타공 구멍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백색의 아치 위로, 무채색의 바닥과 벤치 위로, 스테인리스 바 테이블 위로 찬란하게 부서진다. 크지 않은 공간에 다양한 물성의 재료들을 채워 다채롭고 풍부한 빛의 산란을 이루어낸다.

 

 

 

요앞 건축이 자체적으로 디자인한 스테인레스의 바 테이블에는 중앙에 모래를 담고 다양한 원석을 올려두었다. 바 테이블 위로는 불규칙적인 원반형의 아트피스를 매달았다. 이것은 화장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물’과 ‘기름’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은 오브제로써, 상부의 물결 철판과 오버랩되며 재료의 물성과 빛만을 이용해 다채롭게 공간을 채우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Planet of Wonders는 재료의 물성과 빛,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어우러진 ‘알 수 없는 행성’이다. 요앞 건축사사무소는 이 행성을 찾는 이들이 자신들만의 행성을 상상하는 즐거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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