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윤

100A associates는 프로젝트 착수 전 관계의 심리적 안정, 치료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환경적 구성, 그리고 환자가 ‘감추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에 형태, 장식, 디자인보다는 태도, 간격, 윤리가 우선시되는 공간을 기획하였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삶의 조각들이 충돌하지 않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의 구조를 제안하였고, 취약한 마음이 관계 속에서 안전하게 드러낼 수 있는 감정, 즉 안정이 곧 치유의 출발점이자 공간 설계의 첫 시작이 되었다. 전체 공간은 서로 다른 기억과 정서를 품은 재료들로 이어진다. 금속의 선명함, 자갈의 불규칙함, 회벽의 물성, 직물과 목재의 낮은 온기 등 이는 미학적 취향의 조합이 아닌 마음의 파편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리를 다시 찾아주는 과정으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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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은 단순한 진료 시설의 배경이 아닌 환자를 맞이하는 태도와 관계 맺음의 방식을 정교하게 설계한 하나의 주체적 장치로 해석된다. 눈높이를 맞춘 듯 낮고 안정적인 시선선, 과도한 밝음을 경계한 은은한 조도, 드러냄과 숨김이 섬세하게 균형을 이루는 거리감은 기능이 아닌 ‘만남의 윤리’를 기반으로 한다. 절제된 환대가 흐르는 입구는, 사람을 증상으로 환원하지 않고 저마다의 깊은 이야기를 가진 존재로 받아들인다. 결국 공간이 말하는 ‘세계’란, 주체가 타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의미의 배경이자 '그 누구도 여기에 머물 수 있다'고 느끼게 하는 공간이 된다. 입구를 통과한 방문자는 치료를 향한 걸음이 아닌 자신의 존재를 다시 회복하는 여정의 시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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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INFO

 

설계 및 시공

100A ASSOCIATES
위치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건축 면적

155.8㎡
규모

단층
마감재

벽체: 테라코, 스페셜 도장, 열연강판

천장: 도장, 삼베, 열연강판
바닥: 콩자갈, 카펫타일
완공 연도

2025
사진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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